[취재수첩]빈손의 속도전…광주 군공항 이전, 누가 파행의 책임을 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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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7. 28(화) 16:42 가+가-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가 다시 멈춰 섰다. 국방부는 28일 예정됐던 제2회 회의를 전격 연기했다. 표면적 이유는 무안군의 불참이지만, 정작 던져야 할 질문은 "무안이 왜 빠졌는가"가 아니다. "국방부는 왜 빈손으로 회의를 강행하려 했는가"다.
2025년 12월 17일, 국방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광주시·전남도·무안군의 6자협의체는 광주 군·민간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에 합의했다. 무안군민이 그 합의에서 읽은 것은 '조건부 수용'이었다.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先) 이전, 1조원 규모 재정 지원, 분산에너지 특화산단 등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다. 무안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이 3대 선결조건이 이행된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하는 합의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제1회 선정위에서 이미 균열은 드러났다. 김산 무안군수는 1조원 지원책의 세부 실행 방안이 없다는 우려를 전달했지만, 정부의 답은 사실상 없었다. 대신 돌아온 건 "6월 후보지 선정, 9월 지원계획 공고, 10월 주민투표, 11월 최종 선정"이라는 일정표뿐이었다. 무안군은 제2회 선정위를 닷새 앞두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며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배경엔 사업 구조의 변경이 있다.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가 800조원 규모 반도체 메가팹 부지로 낙점되면서, 사업 방식이 '기부 대 양여'에서 '선(先) 양여' 구조로 바뀌었다. 문제는 당초 1조원 무안 지원의 재원이 광주시의 종전부지 개발이익으로 설계돼 있었다는 점이다. 그 땅이 국가 반도체 부지로 전환되며 재원 자체가 사라졌다. 약속의 금액은 남았지만,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설명할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조건은 후퇴했는데 일정은 당겨졌다.
법적으로 보면 국방부의 선택지는 있었다. 위원회 운영규정상 무안군수 1인이 빠져도 성원과 표결은 산술적으로 가능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연기를 택한 이유는, 표결의 사정거리가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특별법상 이전후보지 선정은 중간 단계일 뿐, 최종 이전부지 확정은 유권자 4분의 1 이상 참여·과반 찬성의 주민투표와 무안군수의 유치신청을 거쳐야 한다. 군수가 서명하지 않으면 어떤 표결을 반복해도 법적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안군수의 불참은 항의 표시가 아니라, 절차 후반부에 예정된 법적 거부권의 예고편이다.
이 사업에서 무안이 감당할 비용의 성격도 정확히 봐야 한다. 반도체의 수혜는 광주에, 군공항의 부담은 무안에 떨어진다. 지원금은 한 번 받으면 끝나지만, 전투기 소음과 보호구역 지정, 고도 제한은 활주로가 존재하는 한 계속된다. 광주가 18년간 벗어나려 몸부림쳐온 바로 그 피해 목록이, 이전이 확정되는 순간 무안의 '영구적' 미래가 된다.
그럼에도 여론의 화살은 무안을 향한다. '지역이기주의', '몽니', '떼쓰기' 같은 낙인이 등장했다. 그러나 무안은 반도체를 막고 있는 게 아니다. 반도체가 들어설 땅을 비워주기 위해 군공항을 대신 받아달라는 요구 앞에서, 조건을 묻고 있을 뿐이다. 받는 쪽이 조건을 묻는 것은 이기주의가 아니라 권리다. 무안은 3대 선결조건 중 어느 것도 문서로 확약받지 못했다. 계약서 없이 도장부터 찍으라는 요구를 정상적으로 거절한 것이지, 판을 깨는 행위가 아니다.
정작 시야에서 사라진 존재는 정부다. 6자협의체 합의로 만든 기대를 7개월간 방치하고, 반도체 부지 낙점으로 재원을 증발시키고도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11월 선정 일정만 밀어붙여 무안을 '일정을 어기는 쪽'으로 보이게 만든 것도 정부다. 부처 간 조율이 어렵다는 해명은, 같은 정부가 800조 반도체 프로젝트는 어떻게 그토록 신속히 결정했는지부터 설명해야 성립한다.
지금 11월 일정을 위협하는 것은 무안의 불참이 아니라 정부의 빈손이다. 지원책과 이행 시점을 담은 로드맵 없이는 주민투표도, 유치신청도 움직일 수 없다. 무안군민은 국가 반도체 전략의 적이 아니라, 이 사업이 성사되려면 반드시 설득해야 할 마지막 당사자이자, 성사됐을 때 가장 오래 대가를 치를 이웃이다. 설득의 언어는 비난이 아니라 문서여야 한다. 광주와 정부에 묻는다. 무안을 향한 손가락질에 쓰는 에너지의 절반이라도 확약서 작성에 쓸 수는 없는가.
무안=김상호 기자
2025년 12월 17일, 국방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광주시·전남도·무안군의 6자협의체는 광주 군·민간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에 합의했다. 무안군민이 그 합의에서 읽은 것은 '조건부 수용'이었다.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先) 이전, 1조원 규모 재정 지원, 분산에너지 특화산단 등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다. 무안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이 3대 선결조건이 이행된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하는 합의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제1회 선정위에서 이미 균열은 드러났다. 김산 무안군수는 1조원 지원책의 세부 실행 방안이 없다는 우려를 전달했지만, 정부의 답은 사실상 없었다. 대신 돌아온 건 "6월 후보지 선정, 9월 지원계획 공고, 10월 주민투표, 11월 최종 선정"이라는 일정표뿐이었다. 무안군은 제2회 선정위를 닷새 앞두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며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배경엔 사업 구조의 변경이 있다.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가 800조원 규모 반도체 메가팹 부지로 낙점되면서, 사업 방식이 '기부 대 양여'에서 '선(先) 양여' 구조로 바뀌었다. 문제는 당초 1조원 무안 지원의 재원이 광주시의 종전부지 개발이익으로 설계돼 있었다는 점이다. 그 땅이 국가 반도체 부지로 전환되며 재원 자체가 사라졌다. 약속의 금액은 남았지만,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설명할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조건은 후퇴했는데 일정은 당겨졌다.
법적으로 보면 국방부의 선택지는 있었다. 위원회 운영규정상 무안군수 1인이 빠져도 성원과 표결은 산술적으로 가능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연기를 택한 이유는, 표결의 사정거리가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특별법상 이전후보지 선정은 중간 단계일 뿐, 최종 이전부지 확정은 유권자 4분의 1 이상 참여·과반 찬성의 주민투표와 무안군수의 유치신청을 거쳐야 한다. 군수가 서명하지 않으면 어떤 표결을 반복해도 법적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안군수의 불참은 항의 표시가 아니라, 절차 후반부에 예정된 법적 거부권의 예고편이다.
이 사업에서 무안이 감당할 비용의 성격도 정확히 봐야 한다. 반도체의 수혜는 광주에, 군공항의 부담은 무안에 떨어진다. 지원금은 한 번 받으면 끝나지만, 전투기 소음과 보호구역 지정, 고도 제한은 활주로가 존재하는 한 계속된다. 광주가 18년간 벗어나려 몸부림쳐온 바로 그 피해 목록이, 이전이 확정되는 순간 무안의 '영구적' 미래가 된다.
그럼에도 여론의 화살은 무안을 향한다. '지역이기주의', '몽니', '떼쓰기' 같은 낙인이 등장했다. 그러나 무안은 반도체를 막고 있는 게 아니다. 반도체가 들어설 땅을 비워주기 위해 군공항을 대신 받아달라는 요구 앞에서, 조건을 묻고 있을 뿐이다. 받는 쪽이 조건을 묻는 것은 이기주의가 아니라 권리다. 무안은 3대 선결조건 중 어느 것도 문서로 확약받지 못했다. 계약서 없이 도장부터 찍으라는 요구를 정상적으로 거절한 것이지, 판을 깨는 행위가 아니다.
정작 시야에서 사라진 존재는 정부다. 6자협의체 합의로 만든 기대를 7개월간 방치하고, 반도체 부지 낙점으로 재원을 증발시키고도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11월 선정 일정만 밀어붙여 무안을 '일정을 어기는 쪽'으로 보이게 만든 것도 정부다. 부처 간 조율이 어렵다는 해명은, 같은 정부가 800조 반도체 프로젝트는 어떻게 그토록 신속히 결정했는지부터 설명해야 성립한다.
지금 11월 일정을 위협하는 것은 무안의 불참이 아니라 정부의 빈손이다. 지원책과 이행 시점을 담은 로드맵 없이는 주민투표도, 유치신청도 움직일 수 없다. 무안군민은 국가 반도체 전략의 적이 아니라, 이 사업이 성사되려면 반드시 설득해야 할 마지막 당사자이자, 성사됐을 때 가장 오래 대가를 치를 이웃이다. 설득의 언어는 비난이 아니라 문서여야 한다. 광주와 정부에 묻는다. 무안을 향한 손가락질에 쓰는 에너지의 절반이라도 확약서 작성에 쓸 수는 없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