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역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새해 초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갯속이다. 일부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기실사지수(BSI)가 소폭 반등했으나,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비용 폭탄’에 기업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수만 소폭 상승…속 타들어 가는 지역 기업

광주상공회의소는 지역 제조업체 1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9’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전 분기(85) 대비 4포인트 상승한 수치지만,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돌며 침체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수 상승은 3월 정부 예산 집행에 따른 수주 회복 기대와 신차 양산 본격화 등 일부 긍정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경영 내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매출액(86→86)과 설비투자(88→93)는 전 분기 대비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됐으나, 실제 이익과 직결되는 영업이익(81→79)과 자금사정(77→71) 지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내실 없는 경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가 압박’에 기업 실적 부진

지난해 실적에 대한 기업들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응답 기업의 70.9%가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영업이익이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기업은 무려 75.8%에 달했다.

수익성 악화의 최대 원인으로는 ‘원부자재 가격 변동(78.3%)’이 압도적이었으며, 인건비 부담(58.3%)과 환율 요인(30.8%)이 뒤를 이었다.

특히 최근의 고환율 상황에 대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조차 “수입 원가 부담이 커져 실적이 악화됐다”고 답해, 환율 상승이 더 이상 수출 기업에 호재가 아닌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업종별 명암…‘식음료’ 보합세 속 ‘철강’ 급락

업종별로는 명절 특수가 기대되는 식음료(100)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기준치를 하락했다.

자동차와 부품(90)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환율 부담이 상존하나, 신차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계와 장비(95)는 건설 경기 침체로 신규 수주에 비상이 걸렸으나, 계절적 발주 재개 영향으로 지수는 소폭 개선됐다.

철강과 금속(67)은 전방 산업인 자동차 호조 기대감이 꺾이고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며 지난 분기(140) 대비 폭락했다.

전자와 통신(81)은 가전 수요 감소와 시장 동결 우려 속에서도 해외 인증을 통한 수출 확대에 희망을 거는 모양새다.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 절실”

기업 규모별로도 대·중견기업(86)과 중소기업(90) 모두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은 미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과 건설 경기 침체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광주상의 채화석 상근부회장은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과 원가 부담이 지역 제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내수 진작과 공급망 안정, 투자 여건 개선 등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