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 조영서
- 재생 준비중
2025. 12. 29(월) 18:16 가+가-
조영서 계수초등학교 교사
교실에 앉아 졸업을 앞 둔 아이들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놀라운 순간이 찾아온다. 분명 같은 교실, 같은 책상, 같은 칠판인데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다. 학기 초와 비교해 보면 변화는 더욱 또렷하다. 키가 자란 것은 물론이고, 말을 듣는 태도, 친구를 대하는 눈빛,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식까지 달라져 있다. 아이들은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한 해를 건너왔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참 애썼다. 가르쳐주는 것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저마다의 속도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수업이 어렵다며 투덜거리다가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해냈고, 이해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포기하기보다 다시 한번 설명을 요청했다. 실수했을 때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다시 해볼게요”라고 말했다. 늘 잘한 것은 아니지만, 성장하려는 방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교사는 아이들이 완벽할 때보다 배우려는 태도를 보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정답을 맞혔을 때보다 질문이 깊어졌을 때, 친구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을 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반성할 줄 알게 되었을 때 교실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런 변화들은 아이들의 삶에 분명한 흔적으로 남는다. 교사는 그 흔적이 아이들의 다음 시간을 지탱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이제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떠나 중학교로 향한다. 더 넓은 세계, 더 많은 사람, 더 복잡한 관계가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도 함께 시작된다. 마음이 앞서고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는 순간이 늘어날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낯설어질 만큼 감정이 요동칠 때가 있을 것이다.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그래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자기 속도로 걸어가라는 말이다. 중학교에서는 나 빼고 남들은 다 잘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고, 결과가 과정보다 더 중요해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비교는 더 잦아지고, 기준은 더 빨라진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기를 바란다. 남보다 앞서지 않아도 괜찮고, 한 번에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힘, 그리고 끝까지 해보려는 마음이다. 부디 그 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또 하나의 부탁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따뜻함과 진지함을 잃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공부보다 먼저인 것은 관계이고, 관계는 결국 삶의 방향을 만든다. 친구에게 건넨 말 한마디, 기다려 준 순간 하나, 무심코 내민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된다. 사춘기라는 이유로 거칠어질 수는 있어도,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기준만은 놓지 않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연습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너희들을 지켜 줄 힘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께도 한 말씀 덧붙이고 싶다.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애써왔다. 초등학교 6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하며,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겪어냈다. 흔들리는 시기에 아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더 빠른 성장을 재촉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과정을 인정해 주는 한마디이다. “잘했어”보다 “애썼다”는 말이, “왜 그랬어”보다 “어땠어”라는 질문이 아이의 마음을 지탱한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때로 말이 거칠어지고, 침묵이 길어지며, 부모를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은 신뢰가 사라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스스로를 시험해 보는 과정일 수 있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촘촘한 관리가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아이가 잠시 주춤하더라도 곁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그 어떤 조언보다 오래 남는다.
교사는 아이들보다 앞서 걷는 사람이 아니다. 잠시 곁에서 방향을 함께 바라봐 준 사람일 뿐이다. 이제 아이들은 각자의 길로 나아간다. 그 길이 곧고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꽃길만 걸으라는 말이 있지만 어디 삶이 그렇기만 하겠는가. 돌아가더라도, 쉬어가더라도,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라면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앞으로 너의 길을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가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너희 곁에는 이렇게 응원하는 어른들이 항상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참 애썼다. 가르쳐주는 것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저마다의 속도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수업이 어렵다며 투덜거리다가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해냈고, 이해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포기하기보다 다시 한번 설명을 요청했다. 실수했을 때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다시 해볼게요”라고 말했다. 늘 잘한 것은 아니지만, 성장하려는 방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이제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떠나 중학교로 향한다. 더 넓은 세계, 더 많은 사람, 더 복잡한 관계가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도 함께 시작된다. 마음이 앞서고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는 순간이 늘어날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낯설어질 만큼 감정이 요동칠 때가 있을 것이다.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그래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자기 속도로 걸어가라는 말이다. 중학교에서는 나 빼고 남들은 다 잘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고, 결과가 과정보다 더 중요해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비교는 더 잦아지고, 기준은 더 빨라진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기를 바란다. 남보다 앞서지 않아도 괜찮고, 한 번에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힘, 그리고 끝까지 해보려는 마음이다. 부디 그 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또 하나의 부탁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따뜻함과 진지함을 잃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공부보다 먼저인 것은 관계이고, 관계는 결국 삶의 방향을 만든다. 친구에게 건넨 말 한마디, 기다려 준 순간 하나, 무심코 내민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된다. 사춘기라는 이유로 거칠어질 수는 있어도,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기준만은 놓지 않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연습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너희들을 지켜 줄 힘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께도 한 말씀 덧붙이고 싶다.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애써왔다. 초등학교 6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하며,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겪어냈다. 흔들리는 시기에 아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더 빠른 성장을 재촉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과정을 인정해 주는 한마디이다. “잘했어”보다 “애썼다”는 말이, “왜 그랬어”보다 “어땠어”라는 질문이 아이의 마음을 지탱한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때로 말이 거칠어지고, 침묵이 길어지며, 부모를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습은 신뢰가 사라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스스로를 시험해 보는 과정일 수 있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촘촘한 관리가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아이가 잠시 주춤하더라도 곁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그 어떤 조언보다 오래 남는다.
교사는 아이들보다 앞서 걷는 사람이 아니다. 잠시 곁에서 방향을 함께 바라봐 준 사람일 뿐이다. 이제 아이들은 각자의 길로 나아간다. 그 길이 곧고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꽃길만 걸으라는 말이 있지만 어디 삶이 그렇기만 하겠는가. 돌아가더라도, 쉬어가더라도,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라면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앞으로 너의 길을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가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너희 곁에는 이렇게 응원하는 어른들이 항상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