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사소한 순간에 떠오른 감정을 가볍고 유머러스한 드로잉과 색채로 표현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내년 2월19일까지 드영미술관 2전시실에서 열리는 제5회 레드기저 그림개인전이다.

레드기저 작가는 상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기획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러스그래픽 대표이자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그의 작품은 가볍고 유머러스한 드로잉과 색채로 채워져 있지만, 그 바탕에는 살아 있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하려는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Barefoot in slippers(맨발의 슬리퍼)’, ‘The last thing(마지막 업무)’ 같은 작품들은 편안함, 이유 없는 웃음, 소중함을 담아낸 장면들이다.

작가는 삶의 중요한 순간과 별것 아닌 순간을 동일한 밀도로 바라보며, 감정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화면 위에 올린다. 그 솔직한 시선과 단순한 구성은 오히려 현대인의 마음속 가장 깊이 남는 인상을 만들어낸다.

작가 노트 속 ‘고맙다. 진심이야’, ‘그냥 재밌을 것 같았어’, ‘나는 빨리 가고 싶었지만 오래 가고 싶었던 것 같다’와 같은 문장들은 일기처럼 또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흘러 나오는 고백과 같다.

이는 간결하면서도, 감정의 출발점이자 해석의 결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사유의 언어라 할 수 있다.

변기숙 드영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사소함’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가벼움’ 속에서 진심을 발견하는 작가의 작업은 오늘의 삶에서 쉽게 놓치는 감정의 속도를 회복시키며 조용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