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품을 그릴까, 어떤 작품을 내놓아야 시민들과 교감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망설이고 고민한 끝에 붓질을 한다. 미술 마니아 만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관심을 이제 막 갖는 초보자들에게도 스며들면 좋겠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면서도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미감을 건드리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런 마음으로 붓을 든다. 나의 정체성, 신문지를 활용하여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화면 구성이다. 섬과 꽃을 형상화한다. 아무리 작은 소품이라도 정성을 다해 밑그림을 짜고 그 구상을 붓으로 형상화한다.

이런 저런 생각에 다른 때보다도 작업의 과정이 더 재밌다. 가을 열릴 ‘제21회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10월2-6일)의 일환인 ‘무등아트페스티벌’에 내보낼 작품을 제작하면서 스스로 감동에 젖는다. 그게 어디 필자만의 일일까. 참여작가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게다. 충장축제가 벌써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겨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을 모양이다. ‘충·장·발·광(光)’이란다. ‘다시 타오르는 열정, 영원히 빛나는 우리’라는 주제에 맞춰 충장이 빛을 발할 거 같다. 충장이 빛나고 광주라는 도시가 빛난다. 간절히 소망하는 바다. 충장축제는 예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찾게 된다는 데 어떤 모습일까. 충장축제는 빛과 소리, 향기와 손짓 등 ‘오감’으로 느껴보는 ‘추억의 놀이터’가 될 것 같다. 벌써부터 잔뜩 기대가 된다.

무등아트페스티벌은 40여개가 넘는 충장축제의 하고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전시 행사다. 광주는 오래 전부터 예향으로 불리워 왔다. 그냥 말뿐이 아니다. 실제로 남도의 맥을 잇는 뿌리깊은 예향이다. 충장축제는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축제기간 동안 시민과 미술인들이 함께 하는 미술축제 ‘무등아트페스티벌’을 열어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무등아트페스티벌의 이름으로 200여명의 작가들이 참가한다. 이 지역 작가는 물론 전국 단위의 작가들이 함께 한다. 20대 청년작가에서부터 원로작가들이 자신의 정체성 있는 작품을 내놓고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전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이 행사를 기다린다.

필자가 무등갤러리 관장으로 있을 때가 떠오른다. 작은 소품에 자신의 색깔을 담아내는 작가들의 수고로움으로 아트페스티벌은 늘 빛나곤 했다. 거기다가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선의 구매에 컬렉터는 물론이고 미술품 구매를 해보지 않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컬렉션의 기회를 열어줬다. 매번 어떤 작품을 고를까 고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것도 좋은데 저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표정의 모습을 볼 때는 슬며시 미소를 머금게 한다. 개최될 때마다 성황을 이루곤 했다. 부담 없는 가격에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사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를 기다려 작품을 소장하겠다는 시민들이 적지않다. 전시장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본다. 벌써 열한번째 무등아트페스티벌이다. 축제기간 중 예술의 거리 소재 무등갤러리에서 5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40개가 넘는 충장축제가 내건 컨셉 중 하나는 오감이다.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등의 오감 속의 추억을 전달한다. 무등아트페스티벌은 그 중에서 시각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전시 페스티벌이다. 충장축제의 흥겨움 속에서 무등아트페스티벌은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든다. 오감 중에서 시각부문을 책임지며 품격 있는 작품감상으로 관람객들을 이끌게 될 거 같다. 충장축제에 오시거든 무등아트페스티벌이 열리는 무등갤러리로 들러봐주길 바란다. “자,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놀자판’에서 신명나게 놀 준비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