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가족들의 슬픔도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오후 7시50분 무안국제공항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18명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5시 기준 국토부가 밝힌 신원 확인자가 사망자 179명 중 146명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희생자는 15명으로 줄었다.

15명에 대한 신원 확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를 위해 전남경찰청은 탑승객 유가족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보냈다.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유족에게 인도가 가능한, 비교적 온전한 시신은 5구뿐”이라며 “완전한 것은 없고, 5구 외에 더 나올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 수사부장은 또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38명을 포함, 전체 희생자 신원 파악은 31일 중 완료될 것”이라면서도 “시신의 유가족 인도 시점은 그보다 뒤가 될 것”이라고 시신 인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신 인도가 늦어지는 것은 희생자 대부분 훼손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나 수사부장은 “1차 수습을 통해 시신 조각 606점을 확보했다”며 “하나, 하나 다 DNA 분석을 통해 누구의 것인지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것인지 찾아야 인도가 가능하다”며 “일부 유족께서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시신 수습이 덜 됐어도 인도해 달라고 하시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그럴 순 없다”고 강조했다.

606점의 시신 조각 중 DNA 검사가 끝난 것을 모아 유족에게 우선 인도할 경우 뒤늦게 확인된 부분이 이미 장례 절차가 완료된 희생자의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나 수사부장은 또 “2차 수습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순 없다”며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 조각은 DNA 분석을 의뢰할 수 있지만 작은 것들까진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수사부장은 “다음 주 수요일이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람과 기계가 많이 투입된다고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게 아니다”며 “시간이 필요한 부분을 이해해 달라.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 같은 수사 당국의 설명에 유가족들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고 일부는 오열하기도 했다.

추스를 수 없는 감정에 북받친 일부 유가족들은 수습 당국 등에 “기다릴 수록 고통이다.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에 박한신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같은 슬픔 속에 있는 유가족들에게 국토부 등과 협의한 내용을 안내하며 조금만 더 인내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날 오후 7시께 브리핑을 통해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 약속한 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언론에 도움을 호소했다.

박 대표는 “오후 4시면 격납고에 있는 시신 모두 냉동고에 안치할 수 있다고 약속 받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이제서야 설치 단계였다”며 “단 한 구의 유해도 냉동고에 보관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박 대표는 “국토부 등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다”며 “정부가 약속을 지키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참사 희생자 3명(광주 2명, 서울 1명)의 시신이 이날 오후 유족에게 처음으로 인도돼 각 지역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특별취재반=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