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7)동천교육공동체 마실
마을 탐방하며 역사·생태·공동체 의식 배운다
학부모 독서회 재능기부 동아리 교육공동체로 성장
유관기관 연계 학년 맞춤형 역사탐방·체험활동 진행
교과서·지도·보물사전 집필…교육자료 구심점 역할
2022. 02. 20(일) 19:19 가+가-

동천동 일대 주민들로 구성된 동천교육공동체 ‘마실’이 ‘유적탐험단’ 체험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아래는 코로나19로 현장 활동이 제한돼 교실 내에서 선사시대 불피우기 도구를 활용한 ‘눌비비 체험’ 교육활동.<동천교육공동체 마실 제공>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인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내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마을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마을 아이가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의 역사를 바로 알고, 이웃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최근 마을 이웃 누구나 선생님이 돼 소소한 일상이 가치가 될 수 있도록 실천하는 교육공동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 서구 동천교육공동체 마실이 그 주인공이다.


◇학부모독서회서 교육공동체로

동천동은 지난 2003년부터 택지개발이 시작되면서 2008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곳이다. 당초 북구 동림동이었던 이 일대는 서구 동천동으로 개편되면서 새로운 마을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이렇게 모여든 이주민들 중 학부모들은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회를 꾸려 동아리 활동을 펼쳤다. 동아리는 바느질부터 수공예품 만들기, 북아트, 종이접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산시켰는데, 학교 도서관 특성상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수시로 이용한다는 부분에서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동아리는 마을 안에서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아파트 단지 내의 활용되지 않고 있던 공간을 작은 도서관 형태로 키워보는 노력을 시작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에도 부딪혔지만,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본격적인 마을 교육공동체로서 진화했다.

즉 학부모 독서회가 재능기부 형태의 동아리로 시작해 아이들에게 취미활동을 가르쳐 주는 수업 활동으로 이어졌고, 체험활동을 절기별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전통문화 놀이로 확대하는 등 독서회 엄마 한명 한명이 체험활동의 선생님으로 성장했다. 책을 중심으로 한 독서회로 시작된 모임이 마을 아이들과 마을 구성원들을 한데 잇는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테마형 맞춤 교육 진행

공동체 이름인 ‘마실’이 이웃에 놀러다닌다는 뜻처럼 아이들이 마을 곳곳을 탐방하고 체험해보는데 집중시켰다.

특히 마을 안에서 테마가 있는 체험학습을 학년별로 진행해왔는데, 마을의 역사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동천마을이 조성되던 당시 백제시대 유물이 발견됐고, 해당 자리에는 이를 기리는 유적공원이 만들어졌다. 유물들은 현재 광주국립박물관에 보관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교육자료로 활용할 것인지 교육공동체의 고민이 이어졌다.

이에 마실은 마을에서 체험학습을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마을의 역사와 생태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마을 보물 탐방’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은 마을 보물·운암산·천변 등 3가지 테마로 탐방을 진행하고, 4학년은 택지개발 당시 유적을 발굴한 고고학자 및 호남문화재연구원장의 발굴 이야기 강의, 5-6학년은 고고학 연관 체험 활동인 선사시대 불피우기 도구 ‘눌비비 체험’과 유물복원 등을 진행했다.

또한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시간을 거듭해오며 쌓여가는 ‘마을 역사 지식’으로 인해 학생들도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공동체의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또한 서창동의 마을 자원을 활용해 농경체험을 진행하고, 텃밭동아리를 하는 마을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직접 마을 안에서 텃밭수업과 강의도 진행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마을의 역사에서 비롯한 고고학, 생태, 이웃 텃밭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실이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형성과 사업 운영을 체계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네트워크 학교로 광림초등학교를 비롯해 호남문화재연구원, 환경운동연합 등 16개 네트워크 단체와 협업관계를 맺어 활발한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마을 교과서·지도·보물 사전 집필

동천마을교육공동체 마실은 5년차 마을교육을 진행하며 쌓아온 마을 정보들을 기반으로 마을 교과서와 지도를 만들고 보물 사전도 만드는 등 특별한 편찬사업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자 직접적인 체험활동과 마을 탐방을 실시하지 못하는 대신 새로운 형태의 자료 활용과 교육으로 전환했다.

마을 교과서의 경우 마을에 관한 정보는 학교 교사들도 가지고 있지 않고, 교과서에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마을 활동을 하며 만든 자료들이 정보지의 역할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집필했다.

3학년 대상 마을 보물 탐방, 4학년 고고학 관련 특강, 눌비비 체험자료를 담았다.

마을 지도에는 마을을 탐방하면서 만날 수 있는 식물과 동물, 마을 내 특별한 공간 등 특징적인 부분을 담아냈다. 탐방코스를 지도화해 손수건으로 제작, 배포해 큰 인기를 끌었다.

마을의 생태자원과 보물에 대한 설명을 담은 보물 사전도 편찬했다.

마실은 이렇게 만들어진 마을 교육 자료들이 언젠가 학부모회와 학교, 교직원이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길 희망했다.

동천교육공동체 ‘마실’의 구성원들이 ‘마을과 함께! 배우자! 놀자, 키우자!’라는 문구를 만들어 보이며 이들의 이념인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있다.



[인터뷰]서채정 동천교육공동체 마실 대표 “마을교육 발전 위해 지속가능한 아이디어 발굴”

“마을교육공동체 5년차에 가장 뿌듯한 보람은 아이들이 변화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입니다.”

서채정 동천교육공동체 마실 대표는 최근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하며 이같이 회상했다.

서 대표는 “마을 사업은 ‘소소한 일상이 가치가 되는 동천마실학교’라는 취지로 다양한 체험형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면서 “저학년 때 마을 교육을 받았던 아이가 고학년이 된 후에도 마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 모습을 볼 때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동천교육공동체 마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탐방형 체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추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근 초등학교와 상호 협력해 교직원과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마을교육 발전에 열정을 가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한데 모으며 조금씩 성장해갔다.

서 대표는 “마을교육공동체로서 마을 아이들에게 만큼은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안겨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서 “‘뚝딱뚝딱 나도 목수’라는 목공예 체험을 진행할 때 아이들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통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응원했는데, 그 때마다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보람을 느끼곤 했다”고 소회했다.

특히 그는 올해 진행한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마을에서 로우웨이스트’ 활동을 뜻깊은 경험으로 꼽았다.

서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롭게 진행한 가족단위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실천 과제를 제시해주는 모습을 보여줘 발전 가능성을 보게 됐다”면서 “쓰레기 줄이기 실천 방안이 곧 마을 환경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보람 있었고, 나아가 참여했던 한 가족이 다른 공동체에도 전파시키는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서 대표는 “처음엔 이주민 몇명이 모인 작은 독서 동아리였지만, 지금은 학교 안에서 마을 교육자료를 활용하는 교과 과목에 포함된 교육공동체로 성장했다”면서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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