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숫자보다 중요한 건 살아 있는 에너지공동체”
[전남광주, 햇빛·바람연금으로 新에너지 시대 열자]<6>전문가 제언
외부자본 중심서 주민 공동소유·이익공유
에너지 전환 수용성↑·지역경제 선순환
수익창출·배분 넘어 의사결정 참여 보장
86곳 중 77곳 ‘조건부’…사업성 검증 필요

계통 포화는 과제…‘Grid First’ 원칙 시급
대출·유지비 등 제외한 실질 순이익 배당
ESS 대안이나 추가 비용·경제성 등 유념
첨단산업 연계 에너지 ‘지산지소’ 실현을
2026. 10. 20(화) 19:44 가+가-

(사진 왼쪽부터) 정석희 전남대 교수, 이순형 동신대 교수, 김준영 전남연구원 연구위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익 창출 모델은 마을 자체를 ‘돈을 버는 에너지 자산’이 되도록 만들고 탄소중립을 실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주도의 햇빛소득마을의 정책·사회적 의미와 조건, 향후 과제에 대해 지역 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정석희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광주녹색환경센터장

본래 재생에너지 사업들 다수는 전문 개발사업자와 외부 자본이 발전사업을 개발하고 장기간의 발전수익도 주로 사업자에게 귀속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시설 입지에 따른 변화와 갈등은 주민이 함께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제적 편익과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정작 그 지역에 사는 이들이 배제되는 구조는 수용성이라는 한계가 분명했다.

햇빛소득마을의 의미 또한 여기에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가치와 개발이익을 함께 소유하고 공유하는 구조로 바꾼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으로 반대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보상’에서 ‘공동소유’, ‘이익공유’로 바꾸는 과정이다.

협동조합 등을 통해 발전사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자가 되고, 그 수익을 다시 배당해 교통·돌봄·복지 등 지역공동체에 활용한다면 에너지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추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햇빛소득마을을 농촌소멸의 ‘만능 열쇠’로 취급하는 것도 올바른 시선은 아니다. 지역소멸 문제에는 일자리·교육·의료 등 다양한 논제가 산재해 있다. 이를 태양광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지역경제를 보완하는 장기적인 공동체 자산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햇빛소득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전력계통이다. 계통접속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접속 이후에도 송전망 혼잡 때문에 출력제어가 반복된다면, 발전량이 많다고 해도 안정적인 주민소득을 보장할 순 없다. 즉, 햇빛이 있다고 햇빛소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생산한 전기를 언제, 어디로, 얼마만큼 팔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정부의 2026년 햇빛소득마을 1차 선정 당시 86곳 가운데 바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은 9곳이었다. 나머지 77곳은 부지·자금계획·계통연계 등의 보완이 필요한 조건부 선정이었다.

투자자의 자기책임도 필요하다. 계통접속 가능성과 출력제어 위험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투자한 뒤 발생한 손실을 모두 정부나 한전에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역시 책임이 있다. 계통을 먼저 확인하고 발전소를 개발하는 ‘Grid First’ 원칙이 필요하다.

앞서 재생에너지 정책은 발전설비 보급을 빠르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송전망과 계통 수용능력을 충분히 함께 고려하지 못했다. 산업부도 과거 정책을 평가하면서 ‘선(先) 입지선정, 후(後) 계통연계’와 1㎿ 이하 무제한접속에 따른 접속지연과 계통부담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사업성은 대출 원리금, 유지관리비, 토지비, 세금, 설비교체비와 출력제어 손실 등을 모두 제외한 뒤 주민에게 실제 얼마의 순수익이 남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와 전남광주 지자체가 마련해야 할 정책·제도로는 ▲주민의 실질적인 소유·의사결정 참여 보장 ▲주민을 위한 독립적인 기술·법률·금융자문 체계 마련 ▲수익배분과 의사결정 기준 사전에 투명하게 결정 ▲실제 상업운전율, 계통접속기간, 출력제어율, 부채상환 후 주민 순소득, 주민참여율과 공동기금 사용의 투명성 등 정부 성과지표 평가 등이 있다.

햇빛소득마을의 정책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다. 다만 목표는 태양광 패널을 많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실제로 소유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계통과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자산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순형 동신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 소장

햇빛소득마을 사업의 핵심은 전기가 아니라 소유구조다. 전남은 지역 사용량의 두 배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하지만, 지난 20년간 발전소는 외지 자본이 짓고 전기는 수도권으로 보낸 반면, 경관 훼손과 송전탑, 출력제어의 부담은 주민이 떠안았다. 올해 상반기 호남권의 출력제어 전력은 8만4천784㎿h, 계통접속 대기 물량은 2천473㎿로 모두 전국의 절반을 넘었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 협동조합이 유휴부지에 발전소를 짓고 순이익을 나눠 발전시설을 마을 공동자산으로 바꾸는 시도로 출발했다. 에너지전환의 수용성은 설득보다 소유에서 나온다. 신안군은 2021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21차례에 걸쳐 군민 2만여명에게 386억원을 배당했고, 같은 기간 인구도 4천명 이상 늘었다.

지역경제 측면에서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햇빛과 바람은 연료비가 들지 않는다. 태양광은 설비 투자가 끝나면 장기간 수익이 지역에 남는다. 발전소 수익이 주민 소득이 되면 마을 안에서 소비되고 지역 상권으로 다시 순환한다.

또 햇빛소득마을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RE100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값싸고 깨끗한 전기며, 주민이 주인인 발전소는 갈등을 줄이면서 빠르게 확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다. 마을이 생산한 전기가 지역의 공장으로 공급되는 구조가 지산지소의 완성이다.

다만 햇빛소득은 정부가 보장하는 연금이 아니라 발전사업의 결산 순이익이다. 1차 공모에서 특별시 19개 마을이 선정되고 2차 공모에 169개 마을이 신청했지만, 성패는 선정 숫자가 아닌 발전소 완공과 첫 배당에 달렸다. 해결 순서는 계통과 가격, 배당 구조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계통이다. 농촌 RE100 실증사업은 12개 마을 가운데 완공된 곳이 한 곳뿐이고 10곳은 계통 문제로 멈췄다. 1㎿ 미만 주민참여 발전소에 우선접속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선로 용량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업 선정 전 한전이 접속 가능한 선로와 용량을 확정하고, 접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마을은 선정을 유보해야 한다. 배전망 ESS와 출력상한 공동접속을 제도화해 여러 발전소가 선로를 나눠 쓰는 방안도 필요하다.

수익성도 관건이다. 내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폐지와 장기 경매제 전환 이후 정부는 계약단가를 현재 ㎾h당 150원 수준에서 2035년 80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설치비의 85%가 융자인 만큼 원리금과 이자, 유지관리·보험·대수선·배터리 교체·출력제어 손실·철거충당금을 빼고 남는 금액만 주민 몫이 된다. 낙찰 후 계통 지연이 발생해도 계약단가를 유지하고, 사업별 스트레스 테스트와 결산을 공개해 예상수익이 아닌 순이익을 배당해야 한다.

정부는 실제 주민 지분과 의결권을 우선접속 요건으로 삼고, 계통 지연에 따른 단가 손실을 막으며 ESS 결합형 출력상한 공동접속을 정식 방식으로 인정해야 한다.

특별시는 선로별 접속 가능 용량을 공개하고 배당 원칙과 회계감사, 마을기금 비율을 표준화해야 한다. 이차보전·보증과 공공지분으로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비투자형 편익을 마련하고, 분산에너지 특구를 활용한 지역 기업 직접판매 모델도 설계해야 한다.

또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기업에는 혜택을 주면서 마을 발전소의 판매단가를 낮추지 않도록 제도 설계에도 참여해야 한다.

주민이 발전소 입지와 판매가격, 이익 배분을 알고 결정하도록 정보·규칙·금융을 갖추는 것, 200개의 발전소가 아니라 200개의 살아 있는 에너지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여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자체를 돈을 버는 자산이 되도록 만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 의미가 있다. 사진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익 창출 모델 ‘햇빛연금’을 시행하고 있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안좌면의 대규모 태양광발전설비. /서형우 기자


◇김준영 전남연구원 기후AI에너지연구실 연구위원·(구)전남도 햇빛소득마을 추진단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란 주민이 발전사업의 투자와 운영에 참여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햇빛소득마을은 가계소득과 지역 소비를 늘리고, 공동급식이나 돌봄, 교통 등에 수익을 활용해 마을의 생활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다. 주민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경험 또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 된다.

다만, 풍부한 자원만으로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망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발전량과 판매가격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자칫 주민에게 대출 상환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 결국 사업 추진에 있어 핵심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사업계획과 전력계통의 여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사업 선정 단계부터 접속 가능 용량과 시점, 비용 및 출력제어 가능성을 확인하고, 한전의 배전망 보강계획과 지방정부의 사업계획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기존 선로의 공동 활용과 발전 시간대에 맞춘 지역 수요의 연결도 검토해야 한다.

다음은 발전 매출과 주민에게 돌아가는 실제 소득을 구분하는 것이다. 운영비와 세금, 대출 원리금을 제외하고 설비 교체와 철거를 위한 적립금까지 확보한 뒤 배분액을 판단해야 한다. 장기 전력판매계약과 정책금융으로 가격 및 금융비용의 변동을 줄이되, 발전량 감소와 출력제어에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배당계획도 사업 기간 전체의 현금흐름에 기초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민참여의 실질성과 이익공유의 공정성도 확보돼야 한다. 협동조합 정관에 참여 자격과 동등한 의결권, 수익 배분 및 분쟁 해결 기준을 담고, 사업자 선정과 주요 계약에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출자에 따른 보상과 마을 공동기금을 구분하면 투자 여력이 부족한 주민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회계와 배당 내역을 공개하고 외부 검증을 거치며, 지방정부는 주민의 판단을 도울 계약, 금융, 운영 분야의 전문성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전남광주의 반도체와 AI 산업은 지역 재생에너지의 든든한 수요처가 될 수 있다. 주민이 생산한 전기가 첨단산업을 움직이고 그 대가가 다시 마을의 살림으로 돌아온다면, 기업의 성장과 주민의 생활 안정이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전남광주의 새로운 도약이 주민의 지속 가능한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서형우 기자
서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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