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KIA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네일(左)과 올러.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이번 외국인 야수 구성은 단순한 ‘보강’이 아니라 ‘재설계’에 가깝다. 내·외야를 아우르는 수비 범위와 공격 역할을 기준으로 전력의 기준점 자체를 다시 설정했다. 특정 포지션을 메우는 접근이 아닌, 팀 구조 전반을 손보는 선택이었다.

올 겨울 KIA의 과제는 분명했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이적 이후 생긴 내야 공백과 시즌 내내 반복된 타선의 결정력 부족이었다. 내년 시즌 반등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사안이었다.

가장 고민이 깊었던 지점은 유격수였다. 구단은 내부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했고, 그 해법으로 첫 시행되는 아시아쿼터 제도를 택했다. 대부분의 구단이 마운드 보강으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KIA는 호주 출신 야수 제리드 데일을 선택했다. 불펜 역시 숙제였지만, 당장 내야의 균형을 바로잡을 자원이 더 시급하다고 본 셈이다.

데일은 특정 포지션에 고정된 수비수가 아니다. 유격수를 포함해 2루와 3루까지 소화할 수 있는 경험과 범위를 갖춘 자원이다. 그가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내야 수비 배치와 커버 범위가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수비 운영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단순히 한 자리를 채우는 카드가 아니라, 내야 전체의 운용 방식을 바꾸는 축이다.

타선 역시 같은 방향에서 재편이 이뤄졌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카스트로는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타석을 이어가며 공격을 축적하는 데 강점이 있는 중장거리 자원이다. 지명타자(DH) 최형우의 이탈 이후, 단발성 ‘한 방’ 대체가 아닌 타선의 지속성과 연결력을 보완하려는 선택이었다. 중심 타선에 두고 공격의 흐름을 조율하면서, 수비에서는 포지션 가변성을 통해 라인업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같은 선택의 배경에는 내부 FA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인한 전력 손실이 자리하고 있다. KIA는 공수의 핵심 축을 동시에 잃은 상황에서, 외부 FA 시장보다는 외국인 선수 활용 방식에 해법을 찾았다. 특정 자리에 한정된 자원보다, 범위와 역할을 넘나들 수 있는 선수로 전력의 균형을 다시 맞추겠다는 계산이었다.

이 재편 철학은 외국인 투수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KIA는 마운드 재설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기준점부터 고정했다. 네일–올러 체제를 유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선발진과 불펜이 기복을 보인 가운데, 외국인 투수들은 비교적 계산 가능한 이닝과 운영 패턴을 제공했다. 선발 하위 로테이션과 불펜 소모를 함께 관리하며, 마운드 전반의 균형을 먼저 잡겠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번 겨울 외국인 선택은 선수 몇 명의 교체가 아니라, 전력의 정중앙부터 다시 짜려는 재설계였다. 공격에서는 ‘한 방’보다 ‘지속력’을, 수비에서는 ‘안정’보다 ‘확장’을 기준으로 삼은 선택이었다. KIA는 외국인 선수를 전력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설계의 출발점이 되는 위치에 놓았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