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냐, 이적이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겨울이 흔들리고 있다. 내부 FA 핵심인 최형우와의 협상이 비관적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팀의 맏형이자 구심점인 그와의 FA 협상은 이미 단순한 재계약 범주를 넘어섰다. 예산과 원칙, 팬심과 상징, 현실과 감정이 교차하는 ‘팬심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구단은 지난 28일, FA 협상의 최종 조건을 선수 측에 전달했다. 그 안에는 계약 조건과 함께 구단의 현재 기조 ‘오버페이는 없다’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KIA는 지출 균형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긴축을 전제로 한 선을 넘지 않는 협상이다. 그러나 그 기준이 최형우의 가치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올 시즌 최형우는 다시 한 번 나이는 숫자임을 증명했다. 133경기에서 타율 0.307, OPS 0.928, 장타율 0.529. 팀 타선이 흔들릴 때마다 그의 방망이는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했다. 올해만 4천400루타, 1천700타점, 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100경기 출장까지. 한 시즌에 ‘최초’ 타이틀 4개를 추가했고, 대부분 통산 지표 역시 리그 역대급이다. 경력과 존재감, 팀 내 비중까지 고려하면 KIA 내부 FA 가운데 가장 큰 위상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선수로서 마지막 FA 가능성이 큰 이번 협상에는 금액·보장 조건·마무리 커리어라는 복합적 의미가 담겨 있다. KIA는 그의 무게감을 인정하면서도 예산이라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구단이 제시한 최종 조건에는 ‘더 이상 금액 조정은 어렵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반면 삼성은 그의 즉시전력성과 경험을 높게 평가하며 선뜻 손을 내밀었다. 영입 경쟁은 사실상 KIA와 삼성 2파전으로 좁혀졌다. 시장에선 KIA가 금액으로는 앞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KIA는 오프시즌 직후부터 예산의 한계를 명확히 밝혀왔다. 이번 겨울 6명의 내부 FA가 한꺼번에 몰려 있고, 연봉 협상과 외국인 선수 구성까지 포함하면 전체 재정 운용 폭은 이미 팽팽하다. 내부 FA 중 박찬호·한승택이 이탈했고, 이준영만 재계약했다. 나머지 협상은 모두 제자리걸음이다.

최형우의 테이블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KIA는 ‘스타를 붙잡으려는 의지’와 ‘예산 현실’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갔다. 선택과 집중이 더욱 요구되는 겨울이지만, 구단의 대응은 팬들의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협상 기류가 크게 나아지지 않자 팬심에도 균열이 생겼다. 결국, “설마 최형우만큼은 지키지 않겠느냐”던 기대감은 우려로 바뀌었다. “KIA에서 은퇴시켜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잡아라”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협상 분위기는 좀처럼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이제 결정만 남았다. 이르면 주초, 늦어도 주중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팬들의 판단은 이미 불안 쪽으로 기울고 있다. “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며, 전력 손실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혹여나”하는 바람을 거둘 수가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KIA의 이번 겨울 흐름에 분명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