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감독들의 신작부터 실험적인 제작 방식으로 주목받는 영화, 그리고 영화인들의 추천작을 함께 즐기는 기획 프로그램까지 다채로운 상영이 관객을 기다린다.
먼저, 20일 월터 살레스 감독의 ‘아임 스틸 히어’가 개봉한다. 브라질 군사 독재 정권 아래 강제 실종 사건을 다룬 실화극이다. 마르셀로 파이바의 회고록 ‘Ainda estou aqui’를 바탕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한 여성의 치열한 삶을 그린다. 이 작품은 제97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과 제81회 베니스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에서 53개 상을 수상한 바 있다.

21일에는 브루노 뒤몽의 신작 ‘엠파이어’가 스크린에 오른다. 프랑스 북부 해안 마을에 강림한 ‘메시아’ 아기를 둘러싼 외계 세력들의 전쟁을 그린다. 블랙코미디적 화법으로 인간의 모순과 사회의 뒤틀린 단면을 포착하며, 종교적 상징과 정치적 풍자가 교차한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에서 요원 ‘카이’로 출연했던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가 이번에는 여전사 ‘제인’으로 변신해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다. 해당 작품은 제74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마이크 리 감독의 ‘내 말 좀 들어줘’(8월24일 개봉)는 할 말을 참지 못해 갈등을 빚는 팬지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인물을 섬세하게 조명하며, 혼자의 외로움과 함께하는 삶의 버거움이라는 현대인의 고독을 담담히 풀어냈다. ‘타임’, ‘롤링스톤’, ‘인디와이어’ 등 해외 주요 매체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힌 작품이다.

새로운 시도의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노영석 감독의 ‘THE 자연인’(8월20일 개봉)은 귀신 콘텐츠 촬영을 위해 산중에 들어간 유튜버들의 괴랄한 서바이벌을 다룬 코미디다. 시나리오부터 후반작업까지 감독이 전 과정을 혼자 해낸 1인 제작 프로젝트로,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마티아스 피녜이로의 ‘너는 나를 불태워’(8월27일 개봉)는 체사레 파베세의 저서 ‘레우코와의 대화’ 중 ‘바다 거품’을 독창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여성 인물과 원작 작가의 삶을 다루며, 시와 각주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스크린을 통한 ‘독서 체험’을 선사한다. 16㎜ 필름카메라로 담은 영상도 새로운 감각을 전한다.

이와 함께 광주극장과 광주시네마테크는 오는 11월까지 영화인 추천작 상영 후 이야기를 나누는 GV ‘시네마 다이어리, 해피아워’를 진행한다. 첫 상영은 오는 23일 오후 3시 영화포스터 디자이너 최지웅 대표가 고른 ‘시네마 천국’(1988)이다. 상영 후에는 최 대표의 저서 ‘영화간판도감’ 북토크가 이어진다. 이어 30일 오후 3시에는 진모영 감독 추천작 ‘서칭 포 슈가맨’(2011)이 상영되며, 진 감독과 사진가 박일구가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상영작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를 확인하면 된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