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외국인주민이 정착하고 싶은 전남을 만들기 위해 생활밀착형 지원 확대와 우수 이민정책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 사진은 위로부터 산업 현장 외국인 근로자와 공공형 계절근로자, 비자제도 설명을 듣는 전남 거주 외국인 유학생 모습. <전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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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가 지역 소멸 위기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과제를 풀 해답으로 ‘이민 정책’에 주목, 외국인들이 정착하고 싶은 전남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우수 정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남은 고령 인구 비중 전국 최대, 22개 시·군 가운데 20개 시·군 소멸 위험 지역 지정 등 전국 최대 인구소멸 위기 지역이다. 주요 산단과 농촌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의 일손이 없으면 운영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전남도는 일찌감치 외국인 정책 패러다임을 ‘포용적 이민’으로 확대·전환하고 지역비자 활성화, 안정적 정착 기반 조성 등 전국 지자체 중 선도적으로 이민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 사망사고는 전남도가 풀어야 할 숙제다.

◇180만 붕괴 ‘인구 절벽’…외국인 주민은 급증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남 인구(주민등록인구)는 178만2천183명으로 집계됐다. 반등 없이 감소하는 전남 인구는 2004년 200만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2017년엔 190만명, 2024년엔 180만명 선마저 붕괴되며 소멸 위기가 커지고 있다.

전남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7.9%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평균(20.7%)을 상회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은 이 같은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2년 전남 인구가 149만4천639명으로 150만명 선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급감하는 내국인과 대조적으로 도내 외국인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도내 등록외국인은 5만7천373명으로 전체 전남 인구의 3.21%를 차지했다. 5년 전(2만4천467명) 대비 74.3%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증가율(31.6%)의 2배를 웃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외국인 증가율 1위다.

국적별로 베트남인이 1만7천508명(30.5%)으로 도내 등록외국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5천279명(9.2%), 네팔 4천395명(7.6%), 중국 4천83명(7.1%), 캄보디아 3천948명(6.8%) 등의 순이다. 태국·미얀마·몽골 등을 포함한 기타 국가는 1만4천634명(25.5%)이다.

체류 자격별로는 전문인력(3천466명)과 비전문인력(3만2천109명)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가 3만5천575명(62%)으로 가장 많았다. 결혼이민자는 5천838명(10.1%), 외국인 유학생은 5천588명(9.7%), 방문동거(F-1)·거주(F-2) 등을 포함한 기타는 1만372명(18%)다.

◇전 생애주기 지원…정착·통합 기반 강화

전남도는 전남에 온 외국인들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역비자 정책 활성화, 생활밀착형 지원 확대, 정착 기반 마련 등 외국인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전남 이민외국인 종합지원센터’다. 전남도는 정부 지원이 중단된 민간 외국인지원센터의 기능을 보완, 외국인의 입국부터 지역사회 정착까지 종합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이민외국인 종합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올해 1월 개소한 전남 이민외국인 종합지원센터는 한국어 교육, 비자 전환 상담을 비롯해 외국인일자리 온라인 플랫폼 운영, 이민정책 네트워크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달 여수상공회의소에 동부센터까지 개소하면 전남 동·서부권 현장 수요에 기반한 일자리 연계와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우수 외국인 인재의 지역 정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산업 수요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지역비자 정책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도지사 추천 비자 전환, 가족 초청 및 배우자 취업 허용 등 지역 정착 지원을 골자로 한 ‘지역특화형비자(E74R, F2R, F4R) 사업’을 통해 우수 인재·숙련 인력 정착 지원에 나서고 있다. 숙련기능인력(E74) 도지사 추천제도 운영 중이다.

전남 거주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지원 사업 역시 다양하다.

외국인 주민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언어·정보 장벽 해소와 조기 적응을 위해 지난해 3월 콜센터 도입, 찾아가는 이동상담소 운영을 비롯해 외국인주민 지원 시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지역사회 협력 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외국인주민 친화 환경 조성 정책으로 의료 이용 편의를 돕는 ‘전남 외국인 안심병원’ 68개소 지정, 취약계층 외국인 근로자 의료비 지원, 결혼이주여성 산모도우미 파견, 다문화가족 공동육아나눔터 운영·돌봄품앗이 활동 지원, 다문화가족 자녀 교육활동비 지원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열린 ‘전남도 외국인주민 의료지원 실무협의체’ 회의에서 전남지역 의료기관, 대학,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남만의 다문화 인식 개선과 교류 활동 강화를 선도적으로 운영 중이다. 지역 주민과의 교류 확대를 위해 다양한 다문화 시책을 추진, 다문화가족 이해 증진 및 지역사회 통합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14개 시·군에서 다문화가족 교류·소통 공간 ‘다가ON’을, 19개 시·군에서는 다문화 이해 교육 및 나라별 다문화 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 중이다. 외국인 주민의 정책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외국인 주민 도정 모니터링단’도 대표적인 친화 정책이다.

오는 9월 전남도 다문화박람회, 전남 다문화가족 모국문화 페스티벌, 10월 전남 결혼이주여성 경북 방문 등을 추진, 외국인 주민의 소통 네트워크 확대와 소속감 고취를 도모할 방침이다.

◇인권 침해 문제 해결책 시급

전남도가 정착하고 싶은 전남을 만들기 위해 친화적 이민정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인권 침해 문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달 나주에서는 동료가 이주노동자를 지게차에 매다는 등 학대해 논란이 일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영암의 한 돼지농장에서 네팔 국적 20대 노동자가 농장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남은 전국에서 외국인 근로자 수요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이지만 차별, 인권 침해 등 복합적 어려움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전남도는 이달부터 6개월간 농어업 등 취약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동 환경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외국인 1천300명, 기업체 700개 사를 대상으로 한 ‘외국인 실태조사 및 이민정책 모델 발굴 용역’이 올해 하반기 중 마무리되는 대로 외국인 친화환경 조성 방안 등 해법을 찾고 관련 정책 재설계에 나설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오는 9월 말 끝나는 용역을 토대로 이민자 삶의 질 향상을 돕고 이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밀착형 외국인 정책 수립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시원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