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는 지난 2023년 기준 500만명, 당뇨병 전 단계 환자는 1천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3명은 당뇨병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인데, 최근 5년간 당뇨병 진료 현황을 보면 대부분의 환자는 40대 이상이지만 20대 ‘젊은 당뇨’가 33.1%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무서운 질환으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망막병증, 신장병증, 신경병증 같은 만성 합병증과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눈에는 당뇨망막증 등의 합병증이 생기는데, 이는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이에 정현호 광주 보라안과병원 원장으로부터 당뇨망막병증의 예방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당뇨망막병증의 원인

당뇨병은 체내 인슐린의 절대량 또는 그 작용이 부족해 혈당치가 높아진 상태가 장기간 계속됨으로써 여러 대사이상과 만성합병증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망막은 우리 몸에서 신진대사가 가장 왕성하고, 산소 요구량이 가장 큰 조직으로 당뇨병 같은 미세혈관 순환장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망막은 사람의 시력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한번 손상이 되면 회복이 힘든 조직이기도 하다.

당뇨로 높은 혈당이 지속되면 신경이나 신장 그리고 망막과 전신의 크고 작은 혈관들이 위협을 받아 만성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당뇨병 환자의 약 절반 정도는 이 당뇨망막병증이 생기게 되며 성인에서 실명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당뇨망막증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환자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력이 나빠지기 전 눈앞에 아지랑이가 어른거리거나 날파리 같은 것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이 생기는 정도다. 이는 눈 속 유리체가 액화되거나 가벼운 안구 내 출혈로도 생길 수 있다.

환자들은 주로 망막증이 상당히 진행돼 망막 중심부인 황반부에 병이 번져야 스스로 시력 장애를 느낀다. 하지만 망막 중심부 이외의 지역에서 부종이나 출혈반이 생길 경우 대다수가 시력 저하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당뇨망막병증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일단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안과에 가서 안저검사 등 자세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망막병증 종류

▲비증식 당뇨망막병증=당뇨망막병증 환자의 약 80%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력 저하 및 색을 구별하기 어렵거나 야간 시력 저하 증상을 호소한다. 수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며 여러 가지 망막혈관의 이상소견과 출혈, 망막 부종 등이 나타난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 되므로 정기적으로 진찰을 계속 받아야 한다.

▲증식 당뇨망막병증=망막의 비정상적인 신생혈관들이 나타나 증식하게 되는데, 이 혈관들은 쉽게 출혈을 일으키고 또 그 주위로 막들이 자라나와 망막을 잡아 당겨서 망막박리가 생기기도 한다.

신생혈관의 출혈로 유리체 출혈이 생기면 눈앞에 떠다니는 그림자가 생기거나 보이지 않게 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출혈된 피는 자연히 흡수되기도 하지만 흡수되지 않고 오래 가면 망막박리 등 더 큰 이상을 일으켜서 심각한 시력장애를 일으킨다.

정현호 보라안과병원 망막센터 원장은 당뇨망막병증은 조기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시력 보존을 위한 핵심이라며 당뇨 진단을 받은 즉시 안과검진을 시작해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라안과병원 제공>

◇당뇨망막병증 치료

당뇨망막병증은 진행 시기와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초기에는 철저한 혈당 관리로 진행을 억제하고 망막혈관을 보호하는 약물치료를 한다. 황반부종이 발생했다면 국소레이저치료, 유리체강내 항체주사 및 스테로이드 주사를, 신생혈관으로 망막 출혈이 발생한 경우는 혈류가 잘 통하지 않는 망막을 레이저로 파괴해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범망막 광응고술 또는 유리체강내 항체주사를 시행한다.

당뇨망막병증이 상당히 진행해 유리체 출혈이나 망막박리가 나타날 경우 유리체 절제술로 출혈과 박리를 일으키는 막을 제거해 준다.

당뇨망막병증은 증상이 발생하면 이미 비가역적인 상태로 치료가 어려울 수 있지만, 조기 진단 시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완화하고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때문에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지체 없이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

◇혈당 관리·정기검진 중요

당뇨망막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혈당 관리가 중요하다. 당화혈색소 1%를 감소시킬 때마다 당뇨망막병증을 포함한 미세혈관 합병증의 위험을 35%를 줄일 수 있다. 흡연도 혈관 손상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금연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위험이 높아지고 합병증 발생도 커져 혈당 조절과 함께 최소 1년에 1번은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정현호 보라안과병원 망막센터 원장은 “당뇨망막병증은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시력을 보존하는 핵심”이라며 당뇨병 진단을 받은 즉시 안과검진을 시작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정리=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