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전남도-시·군 출생기본수당’이 ‘반쪽짜리’로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남 일부 지자체가 열악한 재정 상황을 이유로 시·군이 부담해야 할 지급액 조정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의 시·군 지급분 협의마저 2개월 가까이 지연됨에 따라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 1월부터 매달 20만원의 전남 출생수당이 계획대로 지급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도 출생수당은 전남도와 시·군이 출생아에게 18년 간 각각 10만원씩 월 최소 20만원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앞서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올해 2월 ‘출생수당 공동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전남도 출생수당 지급 대상은 2024년 1월 이후 태어나 전남에 출생 신고를 한 아동이다. 부모와 아동이 타 시·도로 전출 가지 않는 한 2025년부터 1-18세에 매월 20만원씩 총 4천3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전남도가 부담해야 할 관련 예산은 지난 8월21일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를 마쳤지만 22개 시·군 지급분은 사업 시행을 1개월여 앞둔 현재까지도 협의를 끝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전남도는 지난 9월 말까지 시·군 지급분에 대한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재정 여력이 제각각인 시·군에서 장기간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지속 가능성 우려와 실효적 재정 건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회보장협의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남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목포시의 경우 재정 부담을 이유로 출생수당 자체 부담분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나주시 역시 출생수당 지급분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5만원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내년도 본예산 편성 시점까지 사회보장협의가 끝나지 않는 바람에 출생수당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시·군도 목포시, 나주시 뿐만 아니라, 강진군, 함평군까지 총 4곳으로 확인됐다.

4개 기초지자체는 예산 미편성으로 인해 사업 시행 시점보다 지급이 늦어질 경우 미지급분은 소급 지급할 방침이다.

전남도는 시·군 지급분이 도-시·군 매칭 사업이 아닌 개별 지차체에서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는 만큼 재정 상황에 따라 지급액을 줄이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전남도는 예산 미편성 문제의 경우 오는 12월 초까지 복지부와 시·군 지급분에 대한 사회보장협의를 완료하면 내년 1월부터 전남도 출생수당 지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복지부와 시·군 모두 전남도-시·군 출생수당이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오는 28일 제5회 사회보장위원회 제도조정전문위원회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거쳐 12월 초 의결기관인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에서 협의를 완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