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피지카作 ‘인공지능-크리처-멀티버스’(사진 위)와 레이 엘시作 ‘미래를 위한, 미래의 아카이브’

인공지능과 인간, 다중우주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펼쳐낸 결과물은 어떨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오는 27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 스튜디오 작업실, 입체 영상 제작실, 입체 음향 제작실에서 ‘2024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를 연다.

올해 레지던시 국제공모에 선정된 총 8팀의 아트&테크놀로지 분야 크리에이터들은 지난 4개월간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완성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인다.

한국·일본·중국·대만·미국·네덜란드·스페인·브라질 총 8개국 8팀 12명의 창·제작자가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창·제작 플랫폼을 활용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 결과물이다.

쇼케이스에서는 게임엔진, 로보틱스, 인공지능, 혼합현실, 데이터 기술 등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복잡한 문제를 고민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다.

먼저 한국팀 ‘교각들’은 다소 강렬한 제목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프로젝트 ‘미소녀는 수육受肉하지 않는다’는 게임에서 흔히 보여지는 미소녀 도상에 주목한다. 버츄얼 캐릭터 ‘미소녀’의 존재론적 지위에 대한 상상력을 통해 ‘외형적 신체’와 화면상에 드러나서는 안 될 ‘모델링의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크리에이터 하카손은 입고 걸치는 물리적 행위를 통해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정의한다. 그는 장애나 소수가 축복받고 포용되는 특별한 장소에서 자신의 가장 가까운 집인 ‘신체’를 탐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안한다. 웨어러블 로봇 ‘크립 바디’를 통해 상황과 장소에 따라 입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한다.

일본 작가 류타 아오키는 AI와의 협업을 통해 여론 조작의 잠재적 위험을 조명하는 작품 ‘시뮬레이션된 합의’를 선보이고 있다. 집단 의사결정과 관련해 그 중요성 그리고 기술 수행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도구로 사용할 때 생기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룹 신피지카는 우리가 경험한 일상을 기반으로 만든 메타 세상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경험하게 한다. 작은 숲속을 연상시키는 방에 들어가 MR 기기를 착용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마치 가상 생명체가 만들어낸 신비로운 다중우주에 저절로 몰입하게 된다.

미국 작가인 사이언 동주는 영상과 설치로 이뤄진 ‘잊혀질 권리’ 작품을 통해 감시에 익숙한 디지털 세상을 펼쳐보인다. 영상 속 사람들은 식사 중인데, 이는 여러 대 드론이 위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모든 식사 장면을 하나하나 분석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인간의 망각 능력이 컴퓨터의 기억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이밖에도 쇼케이스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비주의를 비판하는 스페이스 앤드의 ‘안녕, 월드 홈!’, 5·18민주화운동을 예로 들며 미래의 지식수집과 보존에 대해 상상하게 하는 레이 엘시의 프로젝트 ‘미래를 위한, 미래의 아카이브’, AI 기반 실시간 날씨 시뮬레이션과 금융 날씨 파생상품을 통해 경제 자산이 지구에 반복적으로 개입하는 현상을 포착한 스카이 스코어스의 ‘기후 프리미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강현 전당장은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 창·제작자들이 지난 4개월간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ACC는 융복합 창·제작 플랫폼으로서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픈스튜디오는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 참고.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