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선생의 역경 강좌](219)육십사괘해설:63. 수화기제(水火旣濟) 上
“기제 형, 소 이정, 초길종난”
2024. 10. 31(목) 19:38 가+가-
역경의 육십 삼번 째 괘는 수화기제(水火旣濟)다. 다 해결되고 정리된 형국이니 ‘기제’(旣濟)라 했다. ‘이미 이뤄졌다’는 의미이고 용괘의 주인 수(水)와 체괘의 주인 화(火)가 합체돼서 하강(下降)하는 감(坎)과 상승(上昇)하는 이(離)가 위 아래에 있어서 양기(兩氣)가 서로 교체돼 만사가 형통하고 완성됐다.

역은 변화를 숭상하는 학문이다. 변화는 음과 양이 섞이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건괘와 곤괘에서는 음양이 섞여 있지 않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는 건과 곤이 섞이는 62괘에서 일어난다. 변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오행은 수(水)와 화(火)이다. 기제와 미제는 수와 화로써 이뤄진 착종(錯綜)의 관계에 있는 괘이다.

기제괘는 마치 태괘(泰卦)와 같은 양상으로, 괘의 육효 모두 음양의 위치가 올바르게 정위(正位)로 돼 이미 일이 이뤄진 상이고 초사, 이오, 삼육효가 음양상응(陰陽相應)하고 있다. 그래서 기제괘를 역경의 마지막 부분에 배치해야 하지만 기제를 끝에 위치시키지 않고 미제괘를 마지막에 배치했다. 그 이유는 만물은 완전히 이뤄지고 끝난 것은 없기 때문이며, 이로써 다시 64괘가 소장순환(消長巡環)한다는 법칙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괘순(卦順)에 대하여 서괘전에서는 ‘사물이 지나침이 있는 자는 반드시 지나치지 않도록 가지런히 한다. 그러므로 기제로써 이어 받는다’고 해 ‘유과물자 필제 고 수지이기제’(有過物者 必濟 故 受之以旣濟)라고 한다. 다소 견강부회(牽强附會)적으로 해석한 감이 있다.

기제와 미제를 해석하고자 할 때는 그 상의(象意)를 태괘(泰卦)와 비괘(否卦)에 해당시켜 본다. 즉, 기제는 태의 의미를 가지고 해석하여 기제의 삼효까지는 일이 이뤄지고 사효부터는 일이 다시 흐트려 진다고 보며, 미제는 삼효까지는 일이 이뤄지지 않으나 사효부터는 일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해석한다.

기제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상층부 감수(坎水)는 오랫동안 기운이 늘어 빠져 있지만, 하층부 이화(離火)는 이양(二陽)이 벌어온 재물을 중음(中陰)이 잘 축적하면서 자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잘해 나가고 있어 상층부의 도움이 필요없다. 이를 본 상층부는 이제야 모든 고생과 어려움이 끝났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게 된다. 그래서 이제 어려움이 끝나 일이 이뤄진다는 의미에서 ‘기제’(旣濟)라 했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배의 노를 저어 큰 내를 건너가는 주즙제천지과(舟楫濟川之課)의 모습이고 이화 연꽃이 감수의 서리를 머금고 있는 부용재상지상(芙蓉載霜之象)이며, 음양이 정위(正位)하여 음양배합지상(陰陽配合之象)이 돼 있고 그 아름다운 모습이 마치 오나라를 망하게 한 월나라의 서시를 닮아 서시경국지의(西施傾國之意)의 상이다.

수화기제괘(旣濟卦)의 괘사(卦辭)는 ‘기제 형, 소 이정, 초길종난’(旣濟 亨, 小 利貞, 初吉終難)이다. 즉, ‘일이 다 이뤄진 형국으로 형통하니 이제 정리 정돈하는 작은 일만 남았다. 굳고 바르게 지키는 것이 이롭다. 처음에는 길하나 나중에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기제괘는 모든 효가 정위(正位)에 있고 초사, 이오, 삼육효가 정응하고 있으며 양효 위에 음효가 올라타(乘) 있어 음효가 주(主)가 돼 있다.

음양이 정위에서 정응하니 이미 이뤄져서 형통하고 더욱 형통하고자 한다면 끝마무리로 정리정돈의 작은 일을 잘해야 한다고 해서 단(彖)에서 ‘형소’(亨小)라 했고, 단전(彖傳)에서는 이를 ‘소리형야’(小利亨也)라 했다. 또한 각 효가 정위(正位)에 있고 음양상응(陰陽相應)하니 이를 잘 지켜야 이롭다고 해서 ‘이정’(利貞)이라 했다. 그러나, 태괘(泰卦)에서 처럼 처음에는 길이었던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지러움이 생기는 것이 자연의 이법(理法)이니 ‘초길종난’(初吉終難)이라고 말했다.

상전(象傳)에서는 처음에 길이 될 때에 미리 끝에 어지러워질 것을 살펴보고 노력해서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해서 ‘군자이사환이예방지’(君子以思患而豫防之)라고 가르치고 있다. ‘초길종난’(初吉終難)이라는 것은 단전에서 기제 중의 기제인 내괘 이화(離火)의 중(中)이 유(柔)를 가지고 순(順)을 해서 힘을 함부로 쓰지 않으니까 길을 얻는 것이고, 기제에서 미제로 움직이는 외괘 감수(坎水)는 중(中)이 강(剛)을 얻고 있어 망동(妄動)하면 궁(窮)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물이 불 위에 있는 상이 기제인데 물이 불 위에 있으면 불은 물을 끓여 음식을 만들고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이는 문명의 비결은 솥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솥이 깨지거나 녹아서 구멍이 나면 모든 것이 공염불(空念佛)의 환난이 발생하니 군자는 이러한 환난을 미리 생각해 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상전이 시사(示唆)하는 바이다.

초·이·삼효는 기제 중의 기제이고, 사·오·상효는 기제 중의 미제로 본다. 기제와 미제괘에서 ‘제’(濟)는 ‘이뤄진다’는 일이지만, ‘물을 건너는 일’이 있고 그 물을 능숙하게 잘 다루는 ‘여우’로도 본다. 그래서 여우의 상을 빌려 단효사(彖爻辭)를 붙였고 감(坎)을 가지고 물, 여우라고 본다. 그 까닭은 여우는 항상 물구멍에서 살고 있어 물의 성질을 잘 알고 있으며 감(坎)의 물을 건너는 것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기제와 미제괘의 호괘(互卦)를 보면, 감수로 연결돼 있어 감의 여우가 감의 강을 건너는 상을 취하기도 하고 또는 여우가 줄줄이 연속해서 물을 건너는 상을 취해 해석하기도 한다.

점사(占事)에서 서죽을 들어 기제괘를 무동(無動)으로 얻으면, 만사가 성취된 시기요 완성된 상태이다.

모처럼 일이 성취됐으니 어떻게 하면 이 성취된 것을 오래 유지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고 관건(關鍵)이다. 초길종난(初吉終難)이라고 했으니 좋은 상황에서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변해 가기 때문에 새로운 계획이니 변경은 금물이다. 결국 기제는 미제로 가는 노정(路程)일 뿐이다.

일상에서도 작은 일은 길을 얻지만, 큰 일은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호조(好調)의 영속성이 없어 좋지 않다. 본괘에서 기제괘를 얻어 다른 괘로 변해가기 보다는, 지괘에서 기제괘를 얻는 것이 좋다. 성취한 것에 만족해 교만하거나 게으름으로 종난(終難)을 대비 준비하지 않거나, 절제됨이 없이 야심을 일으키면 결국 비참한 꼴을 당한다. 바라는 것 등은 일시적으로는 이뤄지나 그 이상의 것은 금물(禁物)이고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사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운세·운기(運氣) 등은 처음은 호조라고 보지만 그 호조 속에 작은 하자(瑕疵)를 무시해서는 안되는 때로, 빨리 그 잘못 된 것을 시정하여 평안이 영속되도록 해야 한다. 64괘 중에서 유일하게 육효(六爻)가 정위(正位)를 얻은 괘이므로 이 이상의 일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이 정점(頂點)이므로 이를 유지하는 데 최고의 목적을 둬야 한다. 즉,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신규의 일은 불가하다.

사업, 거래, 교섭 등의 협동사업은 공이 이뤄지지만, 그 이상의 욕심을 내면 내분이 일어 중도좌절(中途挫折)하고 그 이상으로 확장해도 발전 가능성은 없으며, 처음은 순조로와도 나중에는 친목(親睦)을 잃고 이것이 화근(禍根)이 되어 실패한다.

취업은 이뤄지나 현재의 신분에 만족해야 하고 전업 등은 불가하니 구업(舊業)을 지키는 것이 좋은데 권태(倦怠)가 파탄의 원인이 된다.

혼인은 음양(陰陽)이 정위(正位)에 이르니 남녀 간에 친화(親和)한다고 볼 수 있지만 끝을 견디기 어려운 경향(初吉終難)이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잉태는 무사하다고 보지만 산후(産後)의 몸조리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기다리는 일은 작은 일은 이뤄지나 큰 일은 이뤄지지 않지만, 이뤄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상신(傷身)의 화(禍)을 면하게 한다. 가출인은 기제가 ‘이미 물을 건너갔다’는 의미이니 가출했고 가출해서 안정을 찾으며 행적(行蹟)은 판명되지 않는다. 분실물 또한 손에 돌아오지 않는다.

병은 대개 난증불치(難症不治)인 것이 많고 표면은 가볍게 보여도 무시하는 것은 금물(禁物)이다. 기제괘가 수화상제(水火相濟)로 정교(情交)의 상이니 정사(情事)에서 불의(不義)를 겪는 일이 많고, 병의 원인이 그와 같은 여자가 몸을 팔거나 해서 일어난 것이 적지 않으며, 또한 그 방면에 절제를 못하여 악화됐다고 보기도 한다.



기제괘의 병점비결(病占秘訣)로서 난치 불치병이 많고 표면에는 가벼운 증상인 것처럼 보여도 엄히 경계해야 한다. 그 까닭은 기제가 ‘이미 강을 건넜다. 황천, 요단강을 건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수화(水火)가 상반(相反)되니 반청반우(半晴半雨)라고 보고 음양이 교차하는 괘이니, 장마에 이 괘를 얻으면 개인다고 하고, 맑은 하늘이 계속되는데 이 괘를 얻으면 비가 온다고 본다. 물가는 처음에는 높고(火) 나중에는 내려간다(水).

<동인·도시계획학박사>
많이 본 뉴스
  1. 1
    현대차·기아, 유럽서 전동화·수소 기술 경쟁력 입증

    현대자동차·기아가 유럽 대표 자동차 기술 콘퍼런스에 참가해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핵심 기술 경쟁력을 선보였다…

    #경제
  2. 2
    동신대, 서남권 에너지 실증 거점 도약한다

    동신대학교가 교육부의 ‘2026년 특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에 최종 선정돼 서남권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특성…

    #교육
  3. 3
    “든든한 동반자로”…광주은행 ‘사람 살리는 금융’ 펼친다

    전남광주 지역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광주은행이 지역민의 든든한 금융 동반자로 ‘사람 살리는 금융’을 …

    #경제
  4. 4
    영암에 ‘AI 자율운영조선소’ 구축…조선업 AX 본격화

    HD현대삼호와 대아산업이 오는 2031년까지 4천억원을 투자해 영암에 인공지능(AI) 자율운영조선소를 구축한…

    #정치
  5. 5
    김정관 산업장관도 호남 반도체 기반시설 살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2일 광주 군공항을 찾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부지와 전력·용수 등 …

    #정치
  6. 6
    “첨단권, 전남광주 제1호 광역생활권 지정해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박필순 의원(더불어민주당·광산3·사진)은 12일 “광산구와 북구, 장성·담양을 아우르는…

    #정치
  7. 7
    서·남해안 수산물 생산 80% 이상…연구 인프라는 ‘소외’

    대한민국 수산물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서·남해안, 특히 호남권이 국가 해양수산 연구 인프라 배치에서…

    #정치
  8. 8
    기아 오토랜드광주, 협력사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업 박차

    기아 오토랜드광주는 협력업체의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보건관리 수준 향상을 목표로 2026년 대중소 안전보…

    #경제
  9. 9
    조선대 큐브위성 ‘CPSat’ 누리호 타고 우주로

    조선대학교가 개발에 참여한 큐브위성 ‘CPSat(Cosmic Pulsating Nano-Satellite…

    #교육
  10. 10
    외부 비서진·인도위 관용차…신수정 청장 ‘인사·특권’ 도마 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의회에서 신수정 북구청장의 비서실장 외부 인선과 청사 내 관용차 승하차 관행 등을 둘러…

    #사회

기사 목록

광주매일신문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