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선생의 역경 강좌](200)육십사괘해설:56. 화산려(火山旅) 下
“구사(旅于處, 我心不快), 육오(射雉一矢亡, 終以譽命), 상구(鳥焚其巢, 喪牛于易)”
2024. 05. 30(목) 17:13 가+가-
려괘 구사의 효사는 ‘려우처 득기자부, 아심불쾌’(旅于處 得其資斧, 我心不快)다.

즉, ‘나그네가 임시 거처할 곳을 얻었고 노자 돈과 권력을 쥐었으나, 내 마음이 가히 불쾌하다’는 뜻이다.

구사는 음위에 양효로 그 위가 바르지 않고 양강해 유순해야 할 려인에게는 맞지 않다. 여행 중에 새로운 보금자리(거처)를 얻고 자금과 권력을 획득했으나 이곳저곳 떠돌아 다니는 기려(羈旅)의 여행자의 신분으로 주체적인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내 마음이 유쾌하지 못하다. 상전에서는 ‘나그네가 임시 거처할 곳(處)을 얻었다는 것은 적당한 지위를 얻지 못함이다. 노자와 권력을 쥐었으나 마음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고 해 ‘려우처 미득위야 득기자부 심미쾌야’(旅于處 未得位也 得其資斧 心未快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마음 먹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이 들어오지만 기분이 나쁘고 달갑지 않아 속상하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구사는 양효가 음위에 있어 정위(正位)를 얻지 못해 구삼처럼 강강(强剛)을 고집해서 재앙을 초래할 일은 없고, 여행하는 곳에서 사람들로부터 신임을 얻어 멈출 줄을 알며 길러야 할 자재(資財)와 자신의 몸을 지킬 무력(도끼 斧)을 얻을 수 있으니, 단사에서 말한 려 소형(旅 小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치가 올바르지 않아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없는 불안이 있어 려 이정(旅 利貞)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아심불쾌(我心不快)라 한 것이다.

구사가 육이와 같이 자(資)를 얻을 뿐 아니라 부(斧)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은 육이가 음인데 반해, 구사는 양으로 권세와 무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이나, 이는 무력을 가지고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불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효의 상(象)으로는 이(離)의 일효(一爻)는 구(具) 또는 자(資)라 하여 무기(武器)라고 보기 때문이다.

점사에서 구사를 만나면, 일단 어떤 자(資)와 리(利)를 얻으나 이를 지키고 유지하는데 어려운 고생이 있으니 나중을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둔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운기, 운세는 앞날에 불안이 있다. 이는 불(태양)이 타오르기 시작했는데 아직 밝지 않았고 끊이지 않게 연기를 내고 있는 것 같은 불쾌함이 있다.

일시적인 것에는 좋지만 항구적인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좋은 호조(好調)가 있어도 영속되지 않으니 적절하게 멈춰야 한다. 변하여 간산(艮山)이 두 개가 되니 두 개의 집으로 혼자서 양가(兩家)를 유지해 나가기 어려운 심고(心苦)가 있다.

바라는 바 등은 통달은 되나 결과를 유지할 수 없는 불안이 있고, 표면을 꾸며도 내심의 초조함이 있다. 사업이나 상거래 등의 영업은 기초가 박약하니 안정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자력상응(資力相應)하는 수준에서 무리하지 않는 방침이 필요하다.

담판, 교섭 등은 강력하게 나아가면 성사되나 결과는 불미스러우니 일시 다소의 손해가 있어도 타협 해결해야 한다. 주소, 거소는 자택과 점포를 따로 했기 때문에 부자유스럽고 분에 넘친 건물로 내실이 어려워 이전하는 것이 좋으나 적당한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 혼담은 영구적이지 못하여 보류하는 것이 좋다. 잉태는 위치가 이상하고 태아가 과대(過大)하거나 산후의 젖 부족 등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병은 고통이 심하고 오래가는 병으로 경증(輕症)이라도 치유되기 어려운 기미가 있으며 특히 정신적 안정이 중요하다. 기다리는 일 등은 이루어질 듯해도 이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고 가출인은 나간 곳에서 일하고 있거나 머물러 있어도 만족하지 못해 돌아올 때가 있다. 분실물은 발견되니 그대로는 아니다. 날씨는 맑았다가 흐리고 비가 올 수 있다.

‘실점예’에서 려괘 구사를 만나면, 려괘는 나그네가 여행을 떠나 불편하고 생활이 고독하며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 구사에서는 마음 먹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돈은 들어오지만 기분은 나쁘고 달갑지 않게 돈이 나가 속상하고 시험에 합격이 어렵다.

‘이성운 여하’점에서는 ‘아심불쾌’(我心不快)라고 해 남자가 여자의 집을 떠나 버렸으니 불쾌하고, ‘시험 합격 여하’점에서는 ‘려우처’(旅于處)라 했으니 아직은 임명을 받지 못하고 희망하는 지위에 도달할 수 없다.


려괘 육오의 효사는 ‘사치일시망, 종이예명(射雉一矢亡, 終以譽命)’

즉, ‘꿩을 활로 쏘았다. 화살 하나를 잃었지만, 결국은 명예와 작록이 있다’는 뜻이다.

오효는 양위에 음효로 그 위가 바르지 않고 육오는 군위이나 타향살이하고 있는 려인(旅人)이기 때문에 군위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육오는 려인에 맞는 유순중용의 효로서 유순하고 이괘의 주효로서 명철하며 문명의 덕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탁월한 인물이다.

상괘 이화는 꿩의 상으로 활로 꿩을 활로 쏘았으나 잡지 못하고 화살 한대를 잃어 버렸지만 종국에는 명예와 작록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를 상전에서도 ‘명예와 작록이 있다는 것은 지위와 명성이 높은 경지에 이르렀음을 말한다’고 해 ‘종이예명 상체야’(終以譽命 上逮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떠나는 시기에 얻어짐이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나마 좋은 운이 왔으니 이 시기를 잘 포착해서 일을 추진하면 좋고 시험은 합격한다.

육오는 구사처럼 위치가 마땅하지 않는 효이지만, 음(陰)이어도 득중(得中)했으니 려(旅)의 때에 명예를 얻을 수가 있다. 육오는 비괘(否卦)의 교역괘로 비의 하괘 곤(坤)의 삼효의 일음(一陰)이 와서 이(離)괘를 성립한 것이고, 이로 인해 비괘의 외괘에 있는 건(乾)이 일양(一陽)을 잃고 문명(文明)의 덕이 있는 이(離)로 됐는데, 이를 효사에서 ‘사치일시망’(射雉一矢亡)이라 한 것이다. 이는 비괘(否卦)에서 육삼과 구오의 교역을 통한 괘상의 변화를 설명한 것이니 활로 쏘아 꿩을 잡았는가 놓쳤는가는 논의의 중심은 아니다.

려의 때에는 강한 것을 경계해서 유(柔)를 가지고 순종하는 것이 좋다고 취상하므로 건(乾)의 무(武)를 제거해서 이(離)의 문(文)에 붙었기 때문에 ‘예명’(譽命)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육오의 효사는 유랑(流浪)하는 현인을 왕이 기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육오를 만나면, 건(乾)의 무(武)가 이(離)의 문(文)으로 바꿔 명예와 관록을 얻었으므로 무보다는 문이, 힘보다 지혜가, 강경책보다 온화책이 오히려 효과를 보는 때이니 모든 일에 있어서 급공(急功)을 바라면 실패한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것을 희생(一矢)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임시적인 희생은 몇 배로 보상(譽命)을 받는다. 운기, 운세는 평안한 때로 신용이 두터우니 개인의 욕심을 억제하고 크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라는 것은 다른 데에 관심을 갖지 말고 오직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노력하면 통달한다.

사업, 상거래 등은 변둔(變遯)의 대손(大巽) 상이므로 크게 이득을 얻으나, 려(旅)와 둔(遯)은 견실(堅實)하게 발달하는 괘는 아니므로 도중에 좌절하는 일이 있으니 이를 잘 이겨 내도록 해야 한다. 담판, 교섭 등은 양보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면 서로에게 이익과 기쁨이 있다. 주소, 거소에서는 안정을 찾으나, 이전이나 여행 등을 서두르는 것이 길하다. 혼담은 좋은 인연이다. 잉태는 평안하나 비괘(否卦)의 교역괘로 음(陰)으로 양(陽)을 치는 상이니 모태의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병은 오래갈 수 있고 눈병이라면 실명(失明)의 위험이 있다. 기다리는 것은 기대에 미칠 수 있고 가출인은 나가서 숨어 있다가 돌아올 수 있으며 분실물은 집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날씨는 해가 뜨고 맑다.


려괘 상구의 효사는 ‘조분기소, 려인선소후호도, 상우우역 흉’ (鳥焚其巢, 旅人先笑後號?, 喪牛于易 凶)이다.

즉, ‘새가 둥지를 불태우니 나그네가 처음에는 웃다가 나중에는 크게 울부짖는다. 이국의 나라에서 소를 잃으니 흉하다’는 뜻이다.

상효는 음위에 양효로 양강하고 려괘의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왔다. 객지로 떠나 기려(羈旅)의 삶을 살아가는 려인은 겸손, 겸양이 생존의 조건인데 너무 높은 곳까지 올라와 주변으로부터 많은 질시와 모함이 생겨 흉한 상황을 만난 것이다.

상전에서도 ‘나그네가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의리상 새집이 불타게 되는 것이오, 이국의 나라에서 소를 잃는다는 것은 객지 타관에서 화(禍)를 당하니 아무도 그 사실을 듣지 못한다’고 해 ‘이려재상 기의분야 상우우역 종막지문야’(以旅在上 其義焚也 喪牛于易 終莫之聞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이별, 이혼 또는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떠나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이 오히려 더 좋으니 떠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상구는 려의 때에 싫어하는 양강(陽剛)의 효일 뿐만 아니라, 이(離)의 끝에 있어 불이 작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곳이니 새가 둥지를 불사르는 것과 같아 숙소를 잃어 버리고, 처음에는 웃고 있던 것이 나중에는 울고불고 하는 것이다.

이는 유순겸양(柔順謙讓)을 숭상해야 할 때, 스스로가 높다고 교만하여 불태워 버릴 재난을 초래할 만한 원인을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상전에서 ‘이려재상 기의분야’(以旅在上 其義焚也)라 한 것이고, 상구의 효사는 구삼의 효사와 같은 내용으로, 즉 구삼의 여하(與下)는 상구의 재상(在上), 려분기차(旅焚其次)는 조분기소(鳥焚其巢), 간(艮)의 집을 이(離)의 새(鳥)로 바꿔 표현하면서, 둥지가 타버린 것에서 한층 더 나아가 초라하게 말했다.

이러한 흉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유순겸허(柔順謙虛)의 자세를 잃었기 때문이고 이를 나타낸 말이 상우우역(喪牛于易)이다. 소는 유순한 것에 비유한 것이고 역(易)은 괘가 끝나는데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상전에서 ‘종막지문야’(終莫之聞也)라고 표현한 것은 ‘얼마나 유순해야 하는지를 가르쳐도 듣지 않고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렇듯 려괘는 풍괘(奢?와 더불어 결국 흉으로 끝나고 만다. 려괘는 한 인생의 삶이 한 때 돈도 벌고 명예와 작위도 있었고 권력도 누려 보았지만, 종국에는 기려의 여행자로서 흉하게 끝나고 마는 고독하고 허무한 인간상을 느끼게 한다.

점사에서 상구를 만나면, 기댈 곳을 잃어 비탄에 빠지는 흉점으로 화난(火難), 수난(水難), 도난 등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이를 경계해야 하고, 고위직에 오르더라도 그로 인한 위해(危害)를 당할 수 있으니 자신의 분수를 알고 멈춰야 한다.

운기, 운세는 쇠퇴하는데 이는 자신의 교만, 불손이나 지나침에서 온다. 바라는 바는 환각(幻覺)에 불가하고 통달 불가하니 포기해야 한다. 사업, 상거래, 신규확장, 담판, 교섭 등은 나아가면 파탄, 파국이다. 혼인은 성사가 안되고 성사되면 흉하다. 잉태는 불안하고 변괘가 대감(大坎)의 상으로 식어버리거나 심로(心勞)하니 주의해야 한다. 병은 불에 타는 듯한 열병, 유행성 소화기병 등으로 위험하다. 기다리는 일은 불가하고 가출인은 나간 곳에서 궁박하여 위태로우며 분실물은 불에 분소(焚燒)되었거나 물속에 빠져 찾기 힘들다. 날씨는 가뭄 혹은 큰 비가 온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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