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99)
배보다 더 큰 고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겠네
2023. 04. 18(화) 19:22 가+가-
苔磯釣魚(태기조어) - 북저 김류
日日沿江釣 呑釣盡小鮮(일일연강조 탄조진소선)
誰知滄海水 魚有大於船(수지창해수 어유대어선)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를 낚는데
낚시에 무는 놈은 모두가 잔챙이라
그 누가 바닷물 속에 큰 고기 알리오.

이끼가 낀 물가는 인적이 드물다는 뜻일 게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고기를 잡지 않았다면 아마도 고기가 많았음을 알게 한다. 이끼가 끼었다면 물 흐름이 약했던지 청정 지역임도 추론해 볼 수 있겠다. 이와 같이 맑은 곳에서 낚싯대를 물에 담그고 고기를 잡은 사람은 신선의 경지든 노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노옹이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를 낚고 있는데, 낚시를 무는 놈은 모두가 크지 않는 잔챙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배보다 더 큰 고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겠네’(苔磯釣魚)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북저(北渚) 김류(1571-1648)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학문은 이이, 성혼의 계열을 이어받았으며 특히 송익필을 사사했던 인물이다. 시문에 뛰어났으며 문장은 기력을 숭상하고 법도가 엄격했으며, 서와 율도 역시 세련되고 맑으면서도 건실했던 인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어옹은)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를 낚고 있는데 / 낚시를 무는 놈은 모두가 크지 않는 잔챙이라네 // 누가 알겠는가, 저 푸른 바닷물 깊은 속에는 / 배보다 더 큰 고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겠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이끼 낀 물가에서 낚시 드리우고’로 번역된다. 물이 고여 있으면 빠른 시간에 이끼가 끼고, 흐르는 물에서도 이끼는 낀다. 그 속도와 상관관계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속이 빠르지 않는 물가에서 고기를 낚기 위해 낚시를 드리웠음을 알게 한다. 미끼도 잘 끼워서 낚시를 드리워야 한다. 주위에 적당량의 낚싯밥도 던져서 고기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

시인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낚시를 하는 자신을 어옹의 한 사람으로 비유해 철철 넘쳐 보이는 시상을 매만지고 있다. 어옹인 자신이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를 낚고 있는데, 늘 낚시를 무는 놈은 모두가 크지 않는 ‘잔챙이’라고 했다. 큰 고기가 물지 않는다는 작은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음을 알게 한다.

화자는 후정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시상은 좀 더 큰 고기를 잡아보겠다는(?) 아니 잡고야 말겠다는(?) 야심찬 욕심 한 구절을 엮어있음이 은은하게 스며 나온다. 그래 누가 차마 알겠는가? 저 푸른 바닷물 깊은 속에는, 배보다 더 큰 고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란 시상을 엮었다. 익숙한 어옹이 된 심정의 소망어린 시상은 어딘가 넘쳐흐른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日日: 매일매일. 혹은 날마다. 沿江: 강가. 釣: 낚시를 하다. 呑釣: 낚시에 무는 놈은. 盡小鮮: 다 잔챙이다. 크기가 작은 고기들이다. // 誰知: 누가 알겠는가. 滄海水: 푸른 바다 물속에는. 魚有: 고기가 있다. 大於船: 배 보다 큰 고기. ‘於’는 비교를 뜻하고 있는 고기임.
많이 본 뉴스
  1. 1
    여야, 국감장서 ‘호남 메가 프로젝트’ 공방 예고

    여야가 다음 달 6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호남 메가 프로젝트’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

    #정치
  2. 2
    “팍팍한 삶…‘반도체’ 기대 크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처음 맞은 추석 밥상의 최대 화두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민생이었다. …

    #정치
  3. 3
    전남광주시 출범 2개월여만 첫 승진인사…‘성과·안정’ 방점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 이후 첫 조직개편과 연계한 4급 이상 간부급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통합 초기…

    #정치
  4. 4
    공동실습센터 ‘미니팹’ 건립…반도체 인재 양성 뒷받침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직업계 고등학교 반도체 거점 공동실습센터인 ‘미니팹’(Mini Fab)을 건립한다.…

    #정치
  5. 5
    호남 반도체 용수원 동복댐 ‘증축’…하류에 새 댐 만든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주요 용수원으로 활용될 동복댐 확장 사업이 기존 댐의 높이를 올리는 방식에서 하류에 …

    #정치
  6. 6
    KT 막고 LG 넘고…KIA, 3위 향한 승부처

    [광주매일신문= 주홍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정규시즌 막판 3위 추격에 고삐를 당긴다. 선…

    #KIA 타이거즈
  7. 7
    광주지역 제조업 10곳 중 7곳 “올해 영업익 목표 미달”

    광주지역 제조업 10곳 중 7곳이 올해 영업이익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광주지역 제조업…

    #경제
  8. 8
    “잊혀진 골목이 年 30만명 찾는 핫플로”

    “어른들에게는 옛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사진 한장을 남길 수 있는 낭만적인 골목이에요.” ㄴht…

    #사회
  9. 9
    기름값 12주 연속 하락…지역별 가격차 ‘최대 321원’

    전남광주 지역 휘발유 가격이 12주 연속 하락하며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유소별 가격 차이는 여전히 큰 …

    #경제
  10. 10
    마을축제와 주민총회 / 서순복

    인생에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있다. 기쁜 일을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픈 일은 함께하면 반감된다고 하지 않…

    #기고/칼럼

기사 목록

광주매일신문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