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9)지구발전오라
“지역 생존법, 단순 교류 넘어 ‘트랜스 로컬’ 중요”
자발적 레지던시 운영 지역 인재 머물 공간 마련
시대적 변화 흐름 유튜브 채널 개설 비대면 교육
6월초 발산마을 ‘별별공방 목공방’ 오픈 준비 한창
행정·제도 차원 인재 생존 기회·생태계 조성 필요
2021. 05. 25(화) 20:07 가+가-

서구 발산마을에서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는 지구발전오라 김탁현(왼쪽) 대표와 김영희(오른쪽) 대표는 ‘트랜스 로컬’에 대해 고민하며 지역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광주는 국제화·세계화를 목표로 ‘문화수도’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인재 양성 분야의 경우 갈수록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정치·사회·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청년 인재들이 타 지역 또는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지역에 설 자리가 없는 지역 청년 인재들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 유출,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 양성,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지역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한 ‘지구발전오라’가 주목받고 있다.

‘지구발전오라’는 대인시장 ‘복덕방’ 프로젝트에서 만나 두 사람이 각자 문화 기획과 작가 활동을 펼치다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로 지역 인재가 머무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예술가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될 수 있도록 장기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기획자 김영희(36)씨와 예술가 김탁현(41)씨는 ‘지구발전오라’ 공동 대표로 활동하며 ‘트랜스로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구발전오라’는 광주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2015년부터 자발적으로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다.

김탁현 대표는 “예술가들이 잘한다 싶으면 서울로 가버리거나 지역 활동이 쉽지 않았다”며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는 ‘고향 상실’의 상태에 대한 고민이 컸다. 돌아갈 고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공간에 머무르는 형태의 레지던시보다 생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청년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것이 공간이 아니라 생존이라고 판단해서다.

‘지구발전오라’는 2015년 1월 침체된 대인시장에 첫 터전을 잡았다. 당시 대인시장 한 공간에서 장기 레지던시 목적으로 공간을 운영했다. 전시, 국내·외 교류, 레지던지, 예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정체성을 굳히고 있었다.

예술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대인시장은 예술야시장이 성행하며 큰 관심을 받았지만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겨지는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으로 더 이상 예술가들의 설 자리가 없었다.

김영희 대표는 “당시 4년 6개월간 무상 사용한다는 계약서를 쓰고 공간을 꾸렸지만 2년 쯤 됐을 무렵 계약서상 문제를 들어 집주인에게 소송을 당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공간 사용 문제가 정리된 이후 광주 서구의 협조로 현재의 발산마을로 터를 옮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2018년 서구의 도움을 받아 공적 목적으로 공간을 무상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발산마을에서 레지던시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이곳에서 ‘지구발전오라’는 시대적 변화 흐름에 맞춰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전시, 크리틱, 작품 소개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구축한 것이다. ‘다오라TV’를 통해 비대면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공간 내 활동을 소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김탁현 대표는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의 전시 때문에 지난해 채널을 오픈했다”며 “예전부터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과정을 다른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지구발전오라’는 지난해 함평군의 우리동네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전담했다. 참여 작가들의 활동을 유튜브로 소개하고,지속적으로 콘텐츠로 만들었다.

김영희 대표는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벽화에만 집중하기 보다 다른 것도 고민하면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가정에 배송, 활동할 수 있게 했던 것은 다른 맥락이었다”며 “공공미술은 영구성·안정성 등이 부각되는데 체험 프로그램은 1회성이지만 비대면 유튜브를 활용하면 영구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자료는 채널에서 언제든 누구나 볼 수 있어 공공미술이 새롭게 개척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구발전오라’는 6월 초 목공방 문을 열 예정이다. 서구가 발산마을 한 공간에 마을공방(별별공방)을 구축했고 ‘지구발전오라’는 입찰을 통해 운영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목공방은 무료 수업과 유료 수업으로 나눠 프로그램을 개발, 예술가들이나 인근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발전오라’는 행정·제도적 차원의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탁현 대표는 “현재 서울을 제외한 모든 도시에서 청년들의 외부 유출을 체감하고 있고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도 서울 또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거나 유학을 고민한다”며 “이런 현상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역에 청년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한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주로 ‘공간’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공간과 지원비 제공이 아닌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선결 과제라는 것이다.

김영희 대표는 “창작 지원비를 지원하는 곳도 있지만 창작 활동에만 전념할 수 없는 적은 비용이기 때문에 작업 외 생계유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행정에서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공간을 구성하기에 앞서 어떤 콘텐츠를 어떤 대상이 활용할 지 연구가 선행된 후 공간이 설립된다면 공간의 활용도는 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발적 레지던시를 운영하면서 국제교류 워크숍, 해외 교환 레지던시, 지역 작가들을 지원한 다수 개인전 개최, 공공미술프로젝트, 유튜브 채널 등 참여 공간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김탁현 대표는 “인구 절벽과 고령화로 도시 소멸이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지역이 생존하려면 트랜스 로컬, 즉 지역 교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교류를 넘어 지역과 지역이 인재와 자원 교환을 통해 부족함을 채워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지역에서 생존법을 찾아내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광주와 전남을 연결하고 교류를 넘어 트랜스 로컬을 통해 지역 인재에 대한 깊은 애정을 쏟고 있는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김다이 기자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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