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선생의 역경 강좌] (189) 육십사괘 해설 : 53. 풍산점(風山漸) 上
여귀길 이정 <女歸吉 利貞>
2020. 09. 14(월) 14:08 가+가-
역경의 오십 세 번째 괘는 풍산점(風山漸)이다. 하경의 51, 52, 53번째 괘는 중뢰진, 중산간, 풍산점 순이다. 진은 나아가는 괘이고 사물을 끝내 나아갈 수만은 없어 간으로 받았고 역시 사물은 멈추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점차적으로 나가는 점(漸)으로 이어 받았다. 서괘전에서는 ‘간이라는 것은 멈추는 것이다. 사물은 끝내 멈추는 것은 불가하다. 그러므로 점으로써 이어 받는다’고 해 ‘간자지야 물불가이종지 고 수지이점 점자진야’(艮者止也 物不可以終止 故 受之以漸 漸者進也)라고 말한다.

역경에서 나아가는 괘로는 화지진, 지풍승, 풍산점이 있다. 진괘(晉卦)는 시작으로 나가는 것이고 승괘(升卦)는 올라가는 것으로 지중(地中)에 있는 나무 싹이 위로 성장해 가는 것이며, 점괘(漸卦)는 점차적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승괘에서 자라난 나무가 이제 보다 큰 나무로 자라나는 것이다. 지풍승은 땅 속에서 땅 위로 자라는 나무이고 풍산점은 산위의 나무이므로 더 크게 자란다는 뜻이 숨어 있다. 점괘의 내괘 간은 산이고 외괘의 손은 산 위에 있는 높은 나무다. 즉 점괘의 나무는 높은 산봉우리 위에 있는 한그루의 큰 소나무 상이다. 큰 소나무는 한꺼번에 큰 것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게 쉬지 않고 성장한 결과 큰 나무가 된 것이기 때문에 순서를 밟아 단계적으로 점점 나아가는 것이 점(漸)이 나아가는 방법이고 방향이다. 승은 위로 자라 장래의 일을 생각하고 승(升)으로 나아가는 세력을 봐 그 나아가는 것을 인재의 등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점은 과거로부터 점점 나가고 되돌아오는 뜻을 보면서 여자가 집 문 밖을 나서 시집가는 것을 취의취상(取意取象)했다. 점괘는 여자가 시집가는 것을 주제로 해 육례의 순서를 밟아 혼인 하는 것이 점이 나아가는 절차다. 그 절차는 먼저 신랑이 신부집에 혼인의 청을 넣고(納采) 신부의 운로(運路)를 살피기 위해 어머니의 이름을 물으며(問名), 길한 혼인날을 잡아 신부에게 알리고(納吉) 신부집에 예물을 보내며(納徵), 택일한 날의 가부를 묻고(請期) 신부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하는(親迎) 여섯 단계를 밟아 시집을 간다. 잡괘전에서는 ‘점은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이니 남자의 행함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해 ‘여귀 대남행야’(女歸 待男行也)라 했다. 풍산점괘는 천지비괘의 교역생괘의 움직임이 있다. 비괘(否卦)는 건남(乾男)과 곤여(坤女)가 아직 교제가 안 이뤄지는 비색(否塞)의 괘지만 그 교제의 처음을 괘상에서 보면 비괘의 접촉점인 삼·사효가 움직여 교제한 것이 점괘다. 여자를 취하는 것이 길하다고 보는 택산함(澤山咸)괘에서는 남자를 위주로 해 여자를 받아드리는 것을 보지만 점괘는 여자를 주로해서 시집가는 쪽을 보고 있다. 점괘의 상은 장녀가 간(艮)의 문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다.

점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보면 상괘 손괘는 순조롭고 하괘 간산은 막혀 답답하다. 하층부의 문제를 해결할 육사가 매우 유능하고 재주가 있어 하층부의 답답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점차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점괘’(漸卦)라 했다. 과년한 장녀가 문 밖으로 나와 시집가는 상이고, 산 위에 나무가 자라는 모습으로 부드럽고 매력 있는 여자(巽風)가 시집을 온 뒤에 모든 문제가 차츰 해결돼가는 과정을 늪에 빠진 기러기가 늪에서 나와 하늘로 높이 날아가는 순서에 비유했다. 점괘의 전체 상을 보면 산 위에 나무가 점차적으로 자라나는 산중식목지과(山中植木之課)의 모습이고, 높은 산에 나무를 심는 고산식목지상(高山植木之象)이며, 천리길도 첫걸음부터 나아가는 천리일보지상(千里一步之象)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 나아가는 등제진보지의(登梯進步之意)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점괘 괘사는 ‘여귀길 이정’(女歸吉 利貞)이다. 즉,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하다. 정도를 지키는 것이 이롭다’는 뜻이다. 점괘에서 여자가 시집가 길하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단전에서는 비괘의 하괘 음효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 비괘의 내괘에 있던 곤(坤)의 육삼의 일음(一陰)이 나가서 외괘 사효 위치를 얻은 것은 유음(柔陰)으로서 재능을 가지고 성공을 이뤄야 하는 올바른 위치를 얻은 것이고 점을 나아가는 것이라면 잘못이 없어야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잘못이 없이 점진(漸進)해 가면 올바른 목표를 잃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여자가 시집가는 것만이 길이라는 것이 아니고 천하도 올바르게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시집가서 받들어야 하는 남편은 구오의 강건중정(剛健中正)의 괘덕을 가지고 있으니 안에서 멈추고 밖에서 순종한다는 뜻으로 급히 나아가려고 하면 금방 피곤해 지쳐버리지만 천천히 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곤란한 일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곤란한 일이란 호괘에 화수미제의 상이 있기 때문이나 외괘의 사효에 위치하고 있어 그 쓰임이 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곤란한 일이 없다고 취상(取象)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단전에서는 ‘점은 나아가는 것이다. 여자가 시집가면 길하다. 나아가 위치를 얻고 공을 이룬다. 나아감이 바르고 바름은 공을 이루는 것은 나라의 경우도 같다. 위치가 강중을 얻고 멈추어서 순종하며 움직여서 궁하지 않다’고 해 ‘점지진야 여귀길야 진득위 왕유공야 진이정 가이정방야 기위강득중야 지이손 동불궁야’(漸之進也 女歸吉也 進得位 往有功也 進以正 可以正邦也 其位剛得中也 止而巽 動不窮也)라고 말했다. 상전에서는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이다. 군자가 산의 편안함과 같은 현덕(賢德)을 가지고 높은 그 위치에 멈춰 있으면 바람이 멀리 퍼지는 것처럼 스스로 풍속을 선(善)하게 해간다. 이는 큰 나무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쉬지 않고 급하지도 않게 점진적으로 가능하다’고 해 ‘산상유목점 군자이거현덕선속’(山上有木漸 君子以居玄德善俗)이라 하고 있다.

점괘는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한 괘로 예부터 혼례에는 기러기가 쓰여졌다. 기러기는 물새의 한 종류로 홍(鴻) 또는 안(雁)이라 하고 초여름에 남쪽으로 갔다가 가을이 끝나면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계절에 따라 거스름이 없는 것이 마치 처(妻)가 남편에 순종하는 것과 같다. 질서정연하게 날아가고 예(禮)를 갖춰 시집가기를 기다린다. 점괘의 호괘에는 화수미제(火水未濟)가 있는데 수(水)를 물가 수변(水邊)으로 보고 이(離)를 날아가는 새로 생각해서 수변(水邊)의 금수(禽獸)의 상으로 봤고 기러기로 취상(聚象)해서 본다. 그래서 수변에서 산 위의 나무를 향하고 점점 높이 하늘로 날아올라 가는 것을 단계적 볼 수 있다.


서죽을 들어 점괘를 얻으면 지금까지 막혀서 나아가지 못했거나 뜻하지 않게 고생했던 것이 드디어 타개(打開)의 첫걸음을 밟을 때다. 즉 비괘(否卦)의 일음(一陰)과 일양(一陽)이 교차해 태괘(泰卦)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 바로 점괘(漸卦)다. 점괘에서는 급진하면 겨우 얻었던 상승의 기운을 좌절시켜 버리니 급진·경솔한 마음을 억제하고 절대 경계해 순서를 밟아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이성간 관계애서 도(道)에 어긋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사업, 거래, 교섭, 담판 등은 서서히 발전하니 소극책에서 적극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고 지위가 더 나아지고 신용도 얻어 한걸음씩 나아가 작은 것을 쌓아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보조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를 구해야 하고 구할 수 있는 때다. 소망이나 원하는바 등도 희망이 보이나 예정보다 늦어지기 쉬우므로 초조해 하지 말고 끈기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가는 높은 가격에서 움직임이 있다. 내괘의 간(艮)을 높다고 하고 간괘 위에 외괘 손(巽)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간은 건(乾)에서 왔고 손은 곤(坤)이 올라가는 것으로 천지비를 타개하는 것이니 매매가 활황상태임을 나타내고 있다. 주소, 이전은 고생이 있다. 혼인은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한 괘이니 성사되고 남자 쪽이라면 연애가 진행 중으로 여자가 연상이고 여자는 연하의 남자다. 기혼자의 경우는 바람나는 때로 중년의 여자가 바람난다. 잉태는 회임(懷妊)했고 안산이다. 병점에서는 대괘(大卦)의 간(艮) 중에 감독(坎毒)을 포함하고 있어 식독(食毒), 감기 등으로 점차 항진되어 큰 병이 될 수 있다. 기다리는 일은 성사를 볼 수 있다. 이쪽은 간으로 멈춰 기다리고 있고 상대는 도태(倒兌)로 이쪽으로 향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출인은 색정문제로 나갔다고 보고 분실물은 집안에 있을 수 있으나 밖으로 나가 잃었으면 찾기 어렵다. 날씨는 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불며 비가 오는 중에는 금방 구름이 흩어지고 바람이 불어 맑아진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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