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사회·기술 발전 속 성과 경쟁 심화
젊은층 다수 ‘자기 자신의 기업인’ 자처
억눌린 욕망 ‘리스상트망’ 형태로 분출
“가족·직장 밖 관계 형성 능력 길러야”


- 재생 준비중


광주매일신문이 주최한 제13기 창조클럽 아카데미 제11강좌가 지난 29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L7 충장 바이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혐오의 시대,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서형우 기자
광주매일신문이 주최한 제13기 창조클럽 아카데미 제11강좌가 지난 29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L7 충장 바이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혐오의 시대,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주제로 가속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불안과 고립, 혐오가 형성되는 과정과 관계 회복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먼저 사랑을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아닌 ‘기르는 관계’로 바라봤다. 그는 “사람은 자신이 기른 것을 가장 그리워한다. 꽃도 그냥 예쁘다고 보는 것과 내가 직접 기른 꽃을 보는 것은 상황이 달라진다”며 “사랑은 어찌 보면 기른 것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진 원인으로 끊임없는 ‘가속’을 꼽으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늘었지만, 그만큼 사회가 요구하는 일의 양도 함께 늘었다”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이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논문 작성에 비유했다. 그는 “예전에는 논문 한 편을 쓰려면 6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지금은 AI를 활용해 한 달 만에 작성한 후 5개월이 남게 된다”며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가만히 있게 두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이 가속할수록 우리가 노동에서 자유로워지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인은 사회 구조의 문제마저 개인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리한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현대 젊은 층들은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의 기업인’역할을 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로 갈수록 문제가 생겼을 때 세상을 탓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탓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해설했다.
이러한 자기 억압이 쌓이는 과정에서 혐오가 싹틀 수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이를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정립한 ‘리스상트망(ressentiment·원한 또는 원망)’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오랜 시간 욕망을 억누르고 참고 견뎌온 사람이 자신과 달리 욕망을 자유롭게 드러내거나 별다른 희생 없이 무언가를 얻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원망과 적대감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대인의 단절을 한 소파에 함께 앉아 있으면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가족에 비유하기도 했다. 몸은 가까이 있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관계를 맺는 힘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끝으로 그는 현대사회의 모든 고통의 뿌리는 ‘외로움’이라며 이의 해결책으로 가족과 직장을 벗어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제3의 장소’를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은퇴하고도 외롭지 않게 살려면 제3의 장소를 두껍게 형성해야 한다”며 “누군가와 친해질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가 현대인에게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역설했다./서형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