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정국이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이라는 2개의 거대한 암초를 만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이 특검 수사 대상과 추천 방식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연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신년 초부터 ‘강 대 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수사 대상 확대와 특별검사 추천권이다.

민주당은 통일교 뿐만 아니라, ‘신천지’의 정치 개입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정교 유착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신천지의 당원 가입 및 선거 개입 의혹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만큼 수사가 필수적”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지연 작전’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신천지 관련 내용을 무리하게 포함시켜 협상을 공전시킴으로써 2018년 통일교 측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공소시효 만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으로 올해 말이 지나면 처벌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 추천 방식을 두고도 이견이 뚜렷하다. 민주당은 대한변협 등 제3자 추천을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해당 단체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비교섭단체 추천안을 역제안한 상태다.

‘2차 종합특검법’을 둘러싼 전운은 더욱 짙다. 민주당은 지난 12·3 계엄 사태와 김건희, 채해병 사건 등의 미진한 수사를 보완하기 위해 새해 첫 법안으로 2차 종합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 특검’이자 ‘내란 몰이’라며 결사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달 12일 시작되는 1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통해 저지선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1월 정국이 향후 주도권 싸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달 1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나오는 내란 혐의 관련 첫 1심 선고 결과가 여론의 향배를 가를 주요 변수다. 재판 결과에 따라 종합특검 추진 동력이 힘을 받거나, 반대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각종 비위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어 여야 협상 테이블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협상 파트너의 거취 문제가 정국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쟁점 법안 추진과 이에 맞선 국민의힘의 비협조 기조가 맞물리며 민생 법안 처리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