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2026시즌 외국인 투수 구성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먼저 내린 결정은 ‘변화’가 아니라 ‘유지’였다. 선발진 ‘원투펀치’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네일과 올러 체제로 간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조합을 그대로 가져가는 선택이다.

이는 단순한 결정이라기보다, 마운드 운용 전반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외국인 선발 두 자리는 시즌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새로운 투수 영입은 기대만큼이나 확인해야 할 요소가 많다. 구위 적응부터 리그 환경, 이닝 소화 여부까지 다시 검증해야 한다. 이번 겨울 KIA는 이 과정을 반복하기보다, 이미 확인된 선택지를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네일과 올러는 이미 KBO리그에서 각기 다른 경험치를 쌓으며 각자의 역할 범위를 증명한 자원들이다. 지난해 우승의 주역인 네일은 올 시즌에도 에이스급 기량을 과시하며, 팀 마운드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첫 시즌을 치른 올러 역시 팀 내 최다승과 유일한 두 자리 수를 챙기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다.

압도적인 활약을 기대하기보다 계획 가능한 선발 카드라는 점이 이번 유지 결정의 핵심이다. 경기 운영 패턴과 이닝 관리가 어느 정도 계산된다는 점에서,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시즌 운용의 기준점을 잡기 수월하다.

이 선택은 마운드 전체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 선발이 불안정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자원과 불펜으로 전가된다. KIA가 네일·올러 체제를 유지한 것은, 선발진 하위 로테이션과 불펜 소모를 함께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마운드 전반의 균형을 먼저 잠그겠다는 판단이다. 올 시즌 국내 선발진과 불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자원만큼은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선택이 읽힌다.

결국 KIA의 외국인 투수 선택은 ‘업그레이드’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렸다. 즉, 외국인 구성의 출발점에서 구단이 가장 먼저 줄이려 한 것은 마운드의 불확실성이었다. 이를 통해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운용의 안정을 함께 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올 스토브리그 전반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KIA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야수 쪽 전력 유출이 두드러졌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와 타선의 중심 최형우, 백업 포수 한승택이 FA 시장에서 한꺼번에 이탈했다.

반면 마운드는 ‘유지’와 ‘보강’의 방향을 동시에 택했다. 2차 드래프트와 보상선수로 불펜 자원을 보강했고, 내부 FA 협상에서도 양현종과 이준영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아직 조상우와의 협상이 남아 있지만, 구단이 먼저 지키려 한 우선순위는 분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외국인 투수 구성 역시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내년 시즌 전력 설계의 출발점은 마운드 안정이었다. 이제 관건은 그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