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뇌건강 치과학 XXI - 사랑은 존재를 꽃피우는 연금술(2) 한글교실 / 강동완
- 재생 준비중
2025. 12. 21(일) 18:49 가+가-
강동완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 (사)생명존중 뇌건강치과 AI연구소 대표
한 해를 매듭짓는 12월이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는 이념 간의 갈등과 경제적 불안, 그리고 혐오의 언어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거리마다 켜진 성탄의 별빛을 마주할 때면, 우리 뇌의 편도체는 본능적으로 차가운 현실 대신 온기를 갈구하고, 전두엽은 소중한 이에게 건넬 ‘선물’을 고민하게 된다.
지난 11월, 광주예술의전당에서 사)그라시아스 합창단이 공연한 오 헨리(1862-1910)의 <크리스마스 선물> 뮤지컬 속 짐과 델라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가난한 짐은 아내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위해 시계를 팔아 빗을 샀고, 델라는 남편의 시계를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시계줄을 샀다. 빗질할 머리카락도, 줄을 매달 시계도 사라졌기에 그들의 선물은 무용지물이 된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쁨을 위해 자신의 뇌 회로를 재구성한 고도의 ‘사랑의 연금술’이었다.
필자는 지난 5월부터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1천원 밥상으로 실천하는 (사)‘맑고 향기롭게’ 광주전남지부 어머니 한글교실에서 이 시대의 진정한 연금술사들을 만나고 있다. 바로 여든이 넘은 연세에 한글을 배우시는 할머니들이다. 일주일에 두 번, 굽은 허리와 침침한 눈을 비비며 글을 익히는 풍경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한글은 어금니(ㄱ), 혀(ㄴ), 입술(ㅁ), 치아(ㅅ), 목구멍(ㅇ)의 모양을 본뜬 초성 5음을 기본으로 한 자음과, 천지인(天地人)의 철학이 담긴 모음이 결합해 완성된다. 할머니들이 입을 열어 글자를 발음할 때마다 구강의 구조와 우주의 섭리가 공명한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언어 체계를 습득하고 손 근육의 미세 조절 능력을 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화된 뇌세포를 깨우는 인내로 할머니들은 ‘편안함’과 ‘익숙함’이라는 머리카락을 과감히 잘라내셨다. 글을 읽을 수 없었던 답답함을 딛고, 사랑하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 때문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글자를 모른 채 살아온 할머니들의 지난 삶은 거대한 ‘혼돈(Chaos)’ 그 자체였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혼돈을 극복하려는 열망을 불태워 마침내 한글이라는 ‘춤추는 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한글을 가르치면서 이육사<청포도>, 윤동주<서시>, 정현종<방문객>,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 김춘수<꽃>, 이성부<벼>, 정호승<수선화에게>, 마종기<우화의 강>, 조동화<나 하나 꽃피어>, 나태주<풀꽃> 등 주옥같은 시들을 소개하고 함께 쓰고 읽으며 자존감을 키우도록 했다.
학습을 마무리하는 지난 주, 장시화 시인의 시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를 함께 낭송하고 2025년을 기억하며 감사 일기를 직접 쓰도록 했다. 지난 1년 중 고마운 일을 기억하며 문장으로 완성해 가는 순간, 그 종이 한 장은 짐의 시계줄보다, 델라의 머리빗보다 더 값진 보석이 됐다. 그 찰나, 할머니의 뇌에서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폭죽처럼 터지며 노화를 극복할 새로운 신경 회로가 구축됐을 것이다. 이를 ‘신개념 뇌건강 치과학’에서는 ‘존재의학’이라 부른다.
구강악안면에서 일어나는 씹고, 삼키고, 호흡하는 생존 활동과 말하고, 노래하고, 웃으며 사랑을 표현하는 감성 활동이 뇌 건강을 자극하듯, 배움과 사랑은 영혼에 혈류를 공급해 존재를 각성시킨다.
80세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며 뇌 속의 혼돈을 극복하고 창조의 별을 잉태하는 과정은, 니체가 말한 낙타의 인내와 사자의 포효를 거쳐 마침내 아이처럼 자유롭게 창조하는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갈등과 혐오가 난무하는 사회 이슈 속에서도 사랑으로 존재를 꽃피우는 드라마가 곳곳에서 피어나기에, 삶 속에서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우리를 살리는 생명력이 된다.
12월, 쇼윈도에 진열된 화려한 상품보다 더 값진 선물은 무엇일까? 짐과 델라처럼, 그리고 한글 교실의 할머니들처럼 나의 가장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과 타인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것이 아닐까!
신개념 뇌건강 치의학의 본질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과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고단한 환자와 라포(Rapport, 상호신뢰와 공감)를 형성하여 서로 간의 울림을 가지려는 태도 속에 있다.
짐과 델라의 엇갈린 선물이 영원한 사랑의 징표가 되었듯, 우리가 나누는 진실한 마음의 선물은 사랑이라는 존재를 꽃피우는 가장 위대한 연금술이다.
지난 11월, 광주예술의전당에서 사)그라시아스 합창단이 공연한 오 헨리(1862-1910)의 <크리스마스 선물> 뮤지컬 속 짐과 델라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가난한 짐은 아내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위해 시계를 팔아 빗을 샀고, 델라는 남편의 시계를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시계줄을 샀다. 빗질할 머리카락도, 줄을 매달 시계도 사라졌기에 그들의 선물은 무용지물이 된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쁨을 위해 자신의 뇌 회로를 재구성한 고도의 ‘사랑의 연금술’이었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언어 체계를 습득하고 손 근육의 미세 조절 능력을 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화된 뇌세포를 깨우는 인내로 할머니들은 ‘편안함’과 ‘익숙함’이라는 머리카락을 과감히 잘라내셨다. 글을 읽을 수 없었던 답답함을 딛고, 사랑하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 때문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글자를 모른 채 살아온 할머니들의 지난 삶은 거대한 ‘혼돈(Chaos)’ 그 자체였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혼돈을 극복하려는 열망을 불태워 마침내 한글이라는 ‘춤추는 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한글을 가르치면서 이육사<청포도>, 윤동주<서시>, 정현종<방문객>,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 김춘수<꽃>, 이성부<벼>, 정호승<수선화에게>, 마종기<우화의 강>, 조동화<나 하나 꽃피어>, 나태주<풀꽃> 등 주옥같은 시들을 소개하고 함께 쓰고 읽으며 자존감을 키우도록 했다.
학습을 마무리하는 지난 주, 장시화 시인의 시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를 함께 낭송하고 2025년을 기억하며 감사 일기를 직접 쓰도록 했다. 지난 1년 중 고마운 일을 기억하며 문장으로 완성해 가는 순간, 그 종이 한 장은 짐의 시계줄보다, 델라의 머리빗보다 더 값진 보석이 됐다. 그 찰나, 할머니의 뇌에서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폭죽처럼 터지며 노화를 극복할 새로운 신경 회로가 구축됐을 것이다. 이를 ‘신개념 뇌건강 치과학’에서는 ‘존재의학’이라 부른다.
구강악안면에서 일어나는 씹고, 삼키고, 호흡하는 생존 활동과 말하고, 노래하고, 웃으며 사랑을 표현하는 감성 활동이 뇌 건강을 자극하듯, 배움과 사랑은 영혼에 혈류를 공급해 존재를 각성시킨다.
80세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며 뇌 속의 혼돈을 극복하고 창조의 별을 잉태하는 과정은, 니체가 말한 낙타의 인내와 사자의 포효를 거쳐 마침내 아이처럼 자유롭게 창조하는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갈등과 혐오가 난무하는 사회 이슈 속에서도 사랑으로 존재를 꽃피우는 드라마가 곳곳에서 피어나기에, 삶 속에서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우리를 살리는 생명력이 된다.
12월, 쇼윈도에 진열된 화려한 상품보다 더 값진 선물은 무엇일까? 짐과 델라처럼, 그리고 한글 교실의 할머니들처럼 나의 가장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과 타인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것이 아닐까!
신개념 뇌건강 치의학의 본질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과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고단한 환자와 라포(Rapport, 상호신뢰와 공감)를 형성하여 서로 간의 울림을 가지려는 태도 속에 있다.
짐과 델라의 엇갈린 선물이 영원한 사랑의 징표가 되었듯, 우리가 나누는 진실한 마음의 선물은 사랑이라는 존재를 꽃피우는 가장 위대한 연금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