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여권의 심장부인 호남을 찾아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정신적 자부심을 넘어 호남이 변화하는 시대에 미래의 근간으로 탈바꿈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무안군 남악 소재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국정설명회를 열어 “이재명 대통령의 호남에 대한 애정은 진짜 ‘찐’이라는 것을 제가 너무 잘 안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 총리의 호남행은 지난 4일 광주 국정 설명회에 이어 이번이 이달 들어 두 번째다.

K-국정설명회는 국민주권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김민석 총리가 국정 운영 성과와 향후 국정 방향을 설명하고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국무총리실과 전남도가 공동 주최한 이날 설명회에는 휴일임에도 도민 1천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 총리는 “민주주의를 만들어왔지만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낙후하는 불이익을 감수해 온 이 지역이 제자리를 찾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화를 (이 대통령과) 여러 번 했다”며 “진짜로 호남이 잘 돼야 한다”고 호남 지원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제 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노를 저어야 할 때가 됐다”며 “국가 AI(인공지능) 컴퓨팅센터 등의 거점이 전남으로 내려왔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전남의 대부흥을 만들어 갈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총리는 “‘약무호남시무국가’ 전남은 AI, 우주, 에너지 등 미래 전략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발전이 늦은 곳일수록 국가 정책과 예산에 반영해 균형발전을 이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총리는 “국립의대 설립을 비롯해 전남의 핵심 사업들이 국가 균형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김대중재단 권노갑 이사장과 문희상 부이사장으로부터 전날 김 전 대통령 어록집을 선물받았다고 소개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총재였을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저 스스로를 김대중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 총리의 이같은 발언을 놓고 ‘호남 적통’을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는 나온다.

그는 이 대통령의 정부 업무보고 생중계에 대해 “넷플릭스보다 재미나는 ‘잼플릭스’”라고 평한 뒤 “재미있으시죠. (보고)하는 사람은 괴롭고 아주 힘들다. 강도와 긴장감이 만만치 않지만 많이 배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생중계를 봐달라. 댓글은 정부 부처 장관 그 누구보다 대통령이 꼼꼼히 다 본다”며 “잘못한다 싶을 땐 질책의 말씀을 달라”고도 당부했다.

김 총리는 이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 간 리더십도 비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항공모함,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활화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은은한 바다 같은 분이었다면 이 대통령은 정책을 가장 깊이 아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은 AI·에너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준비가 돼 있다”며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정설명회에선 도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김 총리는 농협·수협 본사 전남 이전 건의에 대해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 발맞춰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농·수협 본사 이전 등도 포함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전남이 선도적으로 시행 중인 출생기본소득의 국가 제도화에 대한 건의에는 국가 정책 발전 차원에서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설명회에 앞서 김 지사는 김 총리와 별도 면담을 갖고 ‘전남 통합대학교 국립의과대학’ 설립과 관련, 통합의대 정원 100명 이상 배정과 500병상 이상 규모의 대학병원을 목포와 순천에 각각 설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광양·순천 일원에 ‘RE100 미래첨단 국가산단’ 조성 및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건의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수 인프라인 에너지 고속도로 확충을 위한 송전설비 조기 구축 필요성도 전달했다.

/김진수·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