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전·현직 상임·비상임 인권옴부즈맨들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위 독립성과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인권위원회법 제1조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인권위 안팎에서 정상화와 보장체계의 개선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인권위는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를 받지 않고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한다고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에 편승한 편향적인 판단으로 설립 목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는 내지 못하고 오히려 내란세력을 옹호했다. 소수자를 차별하는 모습까지 도마에 올랐었다.

안 위원장이 책무 수행에 중대한 우려를 초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가 사무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에 따르면 직원 10명 중 7명 이상이 찬성했다. 윤석열 방어권 안건을 인용 의결한데 대해선 90% 가까이가 부적절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이례적인 평가다. 전직 위원장들과 간부, 퇴직자들도 가세했다. 최근 2025년 세계인권선언 77주기 인권의 날 기념식에선 위원장이 인권단체들의 반발에 입장조차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국가인권위의 근본적 쇄신이 급하다. 전·현직 인권옴부즈맨들은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기를 바라면서 인권위의 제도적 전환과 위원장 사퇴를 제기했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 위에서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고 실천해 온 광주의 준엄한 요구다. 안 위원장은 무거운 책임으로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즉각 답해야 할 것이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은 시민단체 요청으로 특별심사를 실시해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제 규범인 파리원칙에 맞는 효과성과 독립성을 갖추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헌정 위기,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경계와 독립성을 지키며 업무 수행에 노력하라고 밝혔다. 인권위가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초심을 회복하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계기를 만드는 게 안 위원장의 마지막 소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