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여파로 수입물가와 체감물가가 동시에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광주에서 판매되는 수입산 파인애플 1개 가격은 전년 대비 47.1%나 뛰었다. 바나나도 34.5% 상승했다. 전남 역시 오름세가 뚜렷하다. 환율과 연동돼 단가가 상승하고 물류비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기름값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오피넷에 따르면 광주의 휘발유는 12월 셋째 주 ℓ당 1천727.5원으로 재차 하락했지만 1천70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전남지역은 1천749.8원으로 전주보다 찔끔 내렸다. 소비자가 피부적으로 느끼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최근 물가 동향이 심상찮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4% 상승해 10월, 11월 연속으로 연고점을 찍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수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9% 오르면서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의 위기감도 팽배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민생 품목의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정책 수단을 선제적으로 동원해 줄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문제는 환율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석유류가 급등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공급망 구조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이다. 외환시장 안정이나 원가 부담 완화 등 근본 요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대에 근접하면서 가뜩이나 정점인 생활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매번 호들갑만 떨었을 뿐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던 역대 정부의 전철을 답습해선 안 된다. 안일한 인식은 곤란하다. 물가가 요통치면 민생이 흔들린다. 서민의 삶이 힘들어진다. 수입선 다변화와 사전 비축 등으로 가격 불안 요인을 잡는 것까지 환율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상황이다. 경제 방향을 재검토하고 위기를 헤쳐나갈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