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발전특별위원회 광주지역 위원으로 활동하기 전까지, 광주의 현실을 이처럼 절박하게 체감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현장을 직접 찾고 산업 구조를 살피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에서, 광주가 처한 현실의 무게를 인식할 수 있었다.

현재 광주의 경제는 정체돼 있고 산업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민생의 어려움은 일상이 됐으며,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청년층의 지속적인 이탈이다. 매년 6천 명이 넘는 청년이 광주를 떠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 미래는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광주지역 위원들은 출범 이후 광주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쉼 없이 움직여 왔다. 광주지역 정기회의 7회, 정책 간담회 8회, 현장 방문 9회, 전문가 특강 15회, 시민 의견 수렴을 병행하며 지역 현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광주의 미래를 위한 핵심 발전과제 26건을 도출해 정청래 당대표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이병훈 수석부위원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광주에 대한 깊은 애정과 현안에 대한 정확한 진단, 정책을 실현하려는 강한 추진력에서 단순한 정치인을 넘어 ‘광주를 살리기 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필자에게도 광주를 위한 책임의 무게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위 활동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 사실은, 광주는 산업 체질 개선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광주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도시다. 기존 산업 구조만으로는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일자리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다. 청년들이 광주를 떠나는 이유 역시 양질의 일자리와 성장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대안이 바로 반도체 기업 유치다. 반도체 산업은 특정 지역만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핵심이자 미래 기술 경쟁의 중심에 있는 전략 산업이다. 그러나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는 전력·용수 부족과 비용 상승이라는 한계에 이미 직면해 있다. 이제는 광주를 포함한 남부권으로 산업 축을 분산시키는 것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광주는 반도체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조건을 이미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 AI 집적단지와 연구·교육 인프라, 비교적 안정적인 정주 여건은 물론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결단과 실행이다.

광주의 미래를 위해 반도체 기업 유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광주는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로 남을 것인가?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갖춘 도시로 재도약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광주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그 출발점은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기업 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