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불법적인 당원 모집 정황이 포착된 전남도당 소속 3명에 대해 윤리심판원에 중징계를 요청한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 정치권에 ‘핵폭탄’급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13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정청래 지도부는 호남에서 공공연한 비밀인 ‘조직표’의 실체를 파악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당원 데이터베이스(DB) 정비 사업을 진행해 왔다.

실제 광주·전남의 경우 지난 8월 광주시당에 15만장, 전남도당에 15만장 등 총 30만장의 입당 원서가 새로 접수됐다. 이는 현재 호남 3개 시·도(광주·전남·전북) 전체 권리당원 수(약 36만5천명)에 육박하는 비정상적인 규모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올해 입당한 당원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준하는 검증을 17개 시·도당에 지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약 4만6천건에 달하는 ‘의심 사례’를 추출해냈다.

이를 통해 밝혀진 구체적인 불법 동원 방식은 ▲친인척이나 지인을 허위 주소지에 거주자로 등록하는 ‘허위 주소 기재’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업장이나 음식점 주소를 입당 원서 거주지로 기재하는 ‘유령 주소 활용’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주소지를 조작하는 ‘불법 전적’ ▲당비를 대신 납부해주는 ‘당비 대납’ 등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는 전남도당 소속 징계 대상 3인에 대해 “심각한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윤리심판원에 ‘제명을 포함한 중징계’를 신속히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불법 행위 연루자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후보자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징계를 넘어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지역정가에서는 정정래 지도부의 이번 조치는 광주·전남의 모든 현역 및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자 강력한 ‘억지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도 “지도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과거의 방식대로 조직표를 동원해 경선을 준비할 경우 경선에 참여할 자격 자체를 박탈하겠다는 명백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결국 정청래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번 조치는 ‘조작된 당원’이 아니라 ‘검증을 거친 당원’들의 주권을 강화해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 공천룰은 광주·전남의 전통적인 정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이 충분할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는 ‘조직표’에 의존해 온 현역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반발과 대대적인 ‘물갈이’를 초래할 수 있다.

광주·전남에서 새로 접수된 30만명 중 상당수가 ‘유령 당원’으로 판명될 경우 이를 주도한 현역들은 후보 자격 박탈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인 정치인이라도 중앙당의 ‘당원 주권’ 기조에 부응하고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검증된’ 개별 당원들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다면 막대한 자금과 동원력이 필요한 기존 조직 없이도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당원투표 절차 등을 거쳐 오는 26일 중앙위원회에서 공천 룰에 관한 당헌 당규 개정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