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광주 지역 4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한파까진 아니었지만, 오전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쌀쌀한 날씨 속 수험생들이 그간의 여정에 함께한 부모님과 선생님의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결전(?)의 장소로 향했다.

이날 오전 7시께 광주 제34시험장 대성여자고등학교에는 입실 마감까지 1시간도 넘게 남은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일찌감치 수험생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두꺼운 롱패딩과 비교적 얇은 가디건 등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각양각색이었으나, 표정만큼은 모두 비장했다.

몇몇 수험생들은 하나라도 더 외우려는 듯 손에 든 노트와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수험표와 실내화, 도시락 등을 제대로 챙겼는지 확인하는 수험생들도 다수였다.

수험생과 함께 시험장까지 온 부모들은 아이의 어깨를 토닥여주거나 꽉 끌어안으며 “잘할거야”라는 말로 응원했다.

교통 통제 탓에 시험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녀를 내려준 부모들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향해 “화이팅!”을 외쳤다.

예년의 시끌벅적한 응원전은 없었지만, 교사들의 힘 있는 응원도 여전했다.

송원여고 선생님 4명은 제자들이 보일 때마다 “너희 보러 왔다”며 준비해 온 초콜릿 등 간식을 선물했다. 이를 받아든 수험생들은 빙긋 웃어 보이며 “잘 하고 올게요!”라고 화답했다.

시험실에 들어간 수험생들은 책상 위에 수험표와 신분증, 필기구 등을 올려두고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기도와 명상 등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시험장 바깥 복도에선 삼삼오오 모여 결의를 다지는 수험생들도 있었는데, 한 여학생 무리는 “잘 보고 오자”며 서로를 격려한 뒤 각자의 시험실로 움직였다.

이후 안내 방송이 나오자 감독관들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들고 시험실에 들어왔으며, 수험생들은 숨을 크게 들이쉬거나 기지개를 켜며 시험 준비를 마쳤다.

예비령이 울린 오전 8시25분께 수험생들이 답안지에 이름 작성 등을 시작하자 대성여고 교문도 함께 닫혔다. 다행히 이곳에선 시험장을 늦게 찾아와 1년을 더 기다려야 했던 수험생은 없었다.

‘떨지 말고 수능 잘 봐. 파이팅!’이라는 문구를 들고 온 최윤우(32)씨는 “조카 중 처음으로 수능을 보는 맏이를 응원하러 왔다”며 “최선을 다해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외동딸이 시험을 보고 있다는 이동원(50대)씨는 “AI를 배우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위해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이 늘 기특했다”며 “부담이 될까 봐 그저 꼭 안아줬는데, 편안히 잘 마쳤으면 한다”고 붉은 눈시울로 말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