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원 규모의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심사대에 올랐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광주시는 전년 대비 10.1%(3천372억원) 증액된 3조6천61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국비를 정부안에 반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역대 최대’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는 ‘비상’이다. 이 역설적인 상황은 2개의 전선에서 비롯된다. 하나가 정부안에 반영된 3조6천616억원을 방어해야 하는 ‘수성(守城)전’이라면, 다른 하나는 정부안에서 미반영되거나 삭감된 핵심 사업을 부활시켜야 하는 ‘공성(攻城)전’이다.

◇2025년의 실패…절박함으로 바뀐 2026년

광주는 지난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당시 광주시는 AI 2단계(AX 실증밸리), AI 영재고 등 핵심 사업 증액을 요청했으나 ‘증액 없는 감액예산안 일괄 통과’라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 단 한 푼도 반영시키지 못했다.

반면, 당시 전남은 똑같은 조건 속에서도 1천574억원을 증액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2026년 예산 정국은 광주에게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다행히 거시적 환경은 광주에 유리하다. 정부가 R&D 예산을 35조3천억원(19.3% 증액) 규모로 확대하며 AI·첨단 분야 투자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광주시가 사활을 건 AI 2단계 사업이 단순한 ‘지역 예산’이 아닌 ‘국가 전략 예산’임을 강조할 강력한 명분이 된다.

또한 국민의힘 등 야당이 ‘퍼주기’라 비판하는 대상이 ‘지역사랑상품권’, ‘소상공인 바우처’ 등 현금성 지원에 집중된 점도 기회다. 광주가 요구하는 AI 밸리(R&D), 광역철도(SOC) 등은 야당의 비판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어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생산적 투자’라는 차별화된 논리 구사가 가능하다.

◇‘미래 산업’ 사수와 ‘발 걸치기’

무엇보다 오는 17일부터 가동될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는 실질적 ‘결전의 장’이다. 예산소위에서의 첫 번째 전략은 방어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광주시가 삭감으로부터 반드시 지켜내야 할 사업으로 예타 면제가 확정된 AI 2단계 사업(240억원)과 EV배터리 접합기술 실증 기반(26억8천만원) 사업을 꼽고 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5억원) 등 3대 국가 문화시설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비는 비록 소액이지만 사업의 ‘첫 삽’을 의미하기에 사수해야 할 사업으로 분류한다.

이 밖에 도시철도 2호선(1천665억원), 호남고속도로 확장(238억원)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예산도 핵심 방어 대상이다.

국회 심의 단계에서는 정부안에 미반영된 3대 신규 사업 등을 ‘콕’ 찍어 부활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예컨대 ‘광주-나주 광역철도’는 2025년의 실패를 교훈 삼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예타에서 탈락한 1조5천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국회에서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본 사업비가 아닌, ‘노선 변경(효천 경유)에 따른 재타당성조사 용역비’라는 소액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발 걸치기’ 전략으로 예산소위 막판에 반영시키기에 용이하다.

관건은 ‘논리’다. 지난해 광주의 증액 실패는 예산소위에서 기재부를 설득할 치밀한 데이터와 대응 논리가 부족했음을 시사한다. 올해는 완벽한 ‘방어 논리’를 구축하고 내용과 데이터를 예결위원들에게 실시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광주의 안도걸·정진욱 의원(예결위원)과 전남의 조계원 의원(예산소위 위원)이 역할 분담 또는 조정을 통해 ‘원팀’으로 활약하는 것도 이번 ‘예산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