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이 오는 27일로 임기 6년을 마친다. 지역 발전을 위한 의제마다 앞장서서 고견(高見)을 전해온 그에게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간의 소회는?

-1993년 광주은행노동조합 사무국장을 할 때 당시 노조위원장이 광주경실련 임원이어서 인연이 있었다. 광주경실련에서 회원과 임원(집행위원, 자치분권위원장, 공공감시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광주경실련 최초로 공모를 통해 사무처장으로 일하게 됐다.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향한 경실련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지역사회의 중요한 의제를 선도 또는 적극 참여하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바라는 회원들과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활동을 했다는 점이 보람이다.

아쉬움은 임기 6년 동안 우리 고장 광주가 더 살기 좋은 도시, 시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도시가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갈 길이 먼 것 같다.

▲임기 중 대내외적 성과를 꼽자면.

-내적으론 사무처 업무의 체계화, 회원 및 임원·지역 시민사회단체·노동단체·전문가 그룹·언론 등과 소통 강화, 민원인에 대한 업무 처리 향상, 재정 안정 등이다. 특히 사무처 활동가 1명을 공개 채용하고 성명서 기자회견문 논평 등을 발표할 때 검증을 강화해 광주경실련의 신뢰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외적으론 민선 7, 8기 광주시정 평가를 통해 견제와 감시, 대안을 제시한 걸 꼽고 싶다.

민선 7기 때 달빛철도를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시키는 데 지방분권광주운동본부와 함께 앞장섰다.

광주김치타운에 있는 국책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를 본원에 통합시키려고 할 땐 반대 성명을 발표해 결국 철회시켰고 윤석열 정부의 한국에너지공대 예산 삭감과 총장을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으로 임명하려 할 때 앞장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 조례 개정 촉구, 도시철도 2호선 관련 대응,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촉구, 광주형일자리 1호 사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활동, 금호타이어 시민대책위 참여 등도 거론할 수 있겠다.

약 3년 전 우리 지역에서 자립 준비 청년들이 안타깝게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미안함을 금할 수 없어 내부 논의를 통해 지원 사업을 계획했고 실제 추진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광주도시공사 등의 단체와 협약을 맺어 도시공사 소유 임대아파트에 입주 시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마련해 줬고 임원들이 직접 정성을 담아 준비한 음식을 자립 준비 청년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광주의 청년 창업가가 등록 상표를 식품업계 대기업에게 탈취당하고 소송전에 휘말렸을 때 정진욱 국회의원과 협업해 해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중앙경실련, 광주경실련, 정진욱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의 상표권 탈취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력 주장했다.

이후 해당 업체 대표는 국정감사 소환 통보를 받았는데, 국정감사 전날 1심 패소 판결대로 손해배상을 하기로 했다.

▲일을 하면서 난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흔히 ‘일 보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라는 말을 한다. 특히 시민 운동은 많은 사람과 협업을 해야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진정한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하게 된 목표가 있다면?

-경양호 사례를 교훈 삼아 풍암호수를 원형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수면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심과 수량을 대폭 축소하는 안이 결정됐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민선 7기 때 전방 일신방직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협상 대상지 선정 검토 전문가 합동 TF팀’이 1년4개월여간의 활동을 통해 구도심에 남은 9만여평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 광주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그림을 잘 그렸는데, 민선 8기 들어 많이 달라졌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자영업자,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 많은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데 민선 8기는 아직 협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민선 9기에 전문가들과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수정 보완됐으면 한다.

▲경실련의 지향점을 제시한다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989년에 창립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와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시민의 권리와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주된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즉, 공정한 사회 경제 질서+깨끗한 정치+참여하는 시민사회, 이 세 축을 통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민주사회를 이루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시민운동·캠페인·정책 제안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정치·행정 권력 감시를 통한 개혁·제도 개선 촉구도 이어가야 할 지점이며 노동·복지·교육·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불평등 해소와 사회 통합을 강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향후 거취나 계획은 무엇인지.

-오는 27일 임기 6년을 마치고, 내년 지방선거에 북구청장으로 출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1993년 광주은행노동조합 간부 연수에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초청해 강의를 들으면서 정치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가 IMF와 협약을 통해 우리나라 은행을 구조 조정하기로 합의한 후 2000년 광주은행을 퇴출시키려 할 때 광주은행신협이사장 겸 노조간부로서 사표를 가슴에 품고 광주은행 살리기에 앞장섰는데, 이때 다시 만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 정치에 대한 결심을 하게 됐다.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세 번째 도전하며 다음 달 29일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많은 관심과 격려, 조언을 바란다.

▲지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에 뜻있는 분들이 모여 결성했고 광주경실련은 1990년에 출발을 해서 올해 35주년이 됐다. 흔히 시민단체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고 얘기한다. 경실련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위수탁과 보조사업도 엄격히 금지돼 오직 참여하는 시민들의 소중한 회비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다. 광주경실련이 지역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