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광주시가 ‘소비쿠폰 색상 구분 논란’을 계기로 행정 전반의 인권 침해 사례를 발굴하고 전면 개선에 착수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후속 조치가 속도감 있게 실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인권 침해 사례를 발굴했음에도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제2의 ‘소비쿠폰 색상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광주시 본청과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행정 전반에 대한 긴급 인권감수성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최근까지 총 6개 유형 59건의 인권 침해 사례를 발굴했다.

59건의 인권 침해 사례를 살펴보면 ▲불필요한 자격 요건 7건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3건 ▲공공시설 접근권 침해 22건 ▲홍보물·행정용어에 따른 침해 5건 ▲기후위기, 디지털 등 새로운 인권 이슈 12건 ▲기타 상황에 따른 인권 침해 10건 등이다.

불필요한 자격 요건으로 특정인을 배제한 사례로는 인권교육 대상 학교 선정 범위 제한으로 대안학교 등에 대한 교육 기회를 박탈, 외국인 주민의 인권 작품 공모전 참가 자격 제한, 광주생활가이드 책자 제공 언어 부족으로 소수 국적 외국인 불편, 재난 대비 시민행동 요령 홍보물 인권차별적 요소 등이다.

전기차 민간 보급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득 취약계층에 추가 보조금 지급을 위한 자동차 대리점 서류 제출로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사례도 드러났다.

또 소득 취약계층, 다문화 가족 등에 공용 차량을 무상 대여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차량 외부에 시정 관련 홍보물을 부착, 이용자들의 정서적 위축을 유발하기도 했다.

홍보물이나 사업명에 ‘저소득층’, ‘최중증 발달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의 단어를 표기해 당사자·가족에 대한 낙인 효과를 불러일으킨 사례도 확인됐다. 공공시설의 접근권 침해 사례는 영산강 서창 감성조망명소 보행자 접근성 부족 및 교육약자 이동 자유 제한, 김치타운 토굴놀이터 시설 장애인 이용 불편, 비반려인과 반려인 공공시설 이용권 상호 침해, 시립정신 요양병원 노후화로 입원환자 치료 환경 저해 등이다.

기후위기, 디지털 시대를 맞아 부상한 새로운 인권 침해 이슈의 경우 건설공사 현장 노동자 폭염 등 자연재난 대책 미흡, 에너지 취약계층 건축물 폭염 한파로 거주 환경권 침해,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 발생, 온라인 위주 광주시 미니태양광 보급 지원 사업 주요 홍보 방법으로 인한 디지털 취약계층 평등권 침해 등이 개선 과제로 도출됐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확인된 인권 침해 사례를 전면 개선하고 행정 전반의 인권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발생한 ‘소비쿠폰 색상 구분’ 논란에 따른 것으로 인권감수성을 진단하는 계기로 삼고 공공서비스 전반의 인권 기준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한 사례 발굴에 그치지 않고 일선 행정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인권 침해 사례가 추가 발굴돼 최종 개선 과제를 이제 막 행정안전부와 공유한 상태”라며 “각 사례별 개선 조치를 구체화하고 지금까지 임의 규정이었던 인권영향평가를 강행 규정으로 변경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광주시 차원에서 개선할 점은 신속히 개선하고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은 전국 차원의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달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과정에서 소득 수준 별 선불카드 색상을 구분해 인권 침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