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괜찮은데, 기계 상태에 대한 추가 설명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네요.”

6일 오전 9시30분께 광주 광산구 농업기술센터 본관 주차장. 모자를 눌러 쓴 농민들이 중고 농기계 주변을 돌며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써래, 로터리, 땅콩 탈피기 등 각종 기계 앞에 모인 농민들은 외관을 손으로 만져보며 이상 여부 등을 확인했다.

광주시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한 ‘불용 임대농기계 현장 경매’는 5년에서 최대 8년의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를 농민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로, 2022년 시작해 지난해를 제외하고 올해 세 번째를 맞았다.

전날부터 오는 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경매에는 트랙터, 관리기, 농업용 굴착기 등 13개 품목, 총 45대가 나온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 중 12대가 경매에 부쳐졌다. 각 장비에는 기계명, 입찰번호, 규격, 제조사, 구입 연월일, 구입 가격, 감정평가액 등이 담긴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오전 10시 경매를 앞두고 농민들은 관심 있는 장비를 살펴본 뒤 입찰봉투에 기계명과 입찰번호, 희망가격을 적어 제출했다. 최고가를 써낸 이에게 낙찰되는 단일 경쟁 입찰 방식으로, 참여 자격은 광주에 주소를 둔 농업경영체로 제한됐다.

입찰이 시작되자 농민들은 봉투를 조심스럽게 접어냈다. 표정은 진지해졌다. 트랙터 한 대에는 다수의 응찰자가 몰리며 경쟁이 치열했지만, 결국 635만원을 써낸 농민이 낙찰 받았다.

트랙터를 놓친 농민들은 “아이고, 저 가격이면 엄두도 안 나네”, “에이, 몇 만 원 차이로 떨어져버렸네”라며 각각 속내를 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는 “경매에 나온 농기계 가격이 저렴하지만 설명이 부족해 구매 결정이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기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육안 점검이 전부였다. 센터 직원이 기초적인 설명은 제공했지만, 트랙터 등의 사용 시간이나 작동 여부처럼 구매 결정에 중요한 정보는 게시돼 있지 않았고 몇몇 장비는 시동조차 걸어볼 수 없는 상태였다.

농민 이모(70대)씨는 “트랙터에 열쇠가 꽂혀있지 않아 시동을 걸어 볼 수 없다. 최소한 작동 여부는 확인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냐”며 “또 자동차처럼 시간계가 있어 사용량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창동에서 온 김모(80대)씨는 “써래나 로터리 같은 부착형 장비야 큰 문제가 없지만, 트랙터나 굴착기처럼 동력이 필요한 기계는 시동을 걸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에 대해 광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모두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로 본래는 폐기 대상이지만 재사용 가능성을 고려해 경매에 부치는 것”이라며 “예산 등의 제약이 있어 장비를 정비하거나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안내 문구를 강화하고 현장 설명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