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불펜 난조가 시즌 초반부터 누적된 구조적 문제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KIA는 8회초까지 10-3으로 크게 앞섰지만 8회말 8실점을 헌납하며 10-11로 거짓말같은 역전패를 당했다.

불펜의 치명적인 제구 불안과 운영 실패가 한 이닝에 몰아치며 시즌을 통틀어 가장 상징적인 붕괴 장면을 만들어냈다.

주중 키움과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했지만, 이날 패배의 충격은 시리즈 전체를 지워버릴 만큼 컸다. 남은 것은 뼈아픈 과제뿐이었다.

이날 선발 황동하는 5이닝 2피안타 4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고, 타선은 10득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8회말 불펜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첫 번째 투수 최지민(2실점)이 아웃 카운트 없이 연속 볼넷으로 강판됐고, 이어 등판한 김건국(3실점)은 2안타와 만루 홈런을 내주며 불길을 키웠다. 조상우(2실점) 역시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렸고, 마무리 투수 정해영(1실점)마저 1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결국 4명의 투수가 투입되고도 단 한 이닝을 막지 못하는 처참한 결과였다.

이날 패배로 KIA는 35경기 16승 19패, SSG와 함께 공동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순위보다 더 심각한 건 경기를 지킬 수 있는 뒷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경기는 지난 3월27일 키움전에서 9회 불펜이 무너져 역전패를 당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그날의 데자뷰 같은 경기였다.

올 시즌 KIA 불펜의 문제는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다. 이미 주요 불펜 지표에서 리그 최악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6일 기준,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74로 NC와 함께 공동 최하위다. 이는 이닝마다 평균 두 명에 가까운 주자를 허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피안타율 0.294는 리그 두 번째로 높고, 피출루율은 0.387로 리그 최악이다. 117이닝 동안 68개의 볼넷 역시 제구 불안을 방증하는 수치다. 이날 경기에서도 8회말에만 5개의 볼넷을 허용해 패전의 원인이 됐다.

수치로만 봐도 KIA 불펜은 공략하기 가장 쉬운 투수진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키움전 이후, 불펜 방어율은 5.62에서 6.23으로 급등했고, WHIP 역시 1.79까지 상승했다. 두 지표 모두 KBO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이번 경기는 그동안의 불안정성이 현실로 폭발한 날이었다. 6일까지가 예고편이었다면, 이날은 본편이었다.

불펜 전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위권 경쟁은 물론 시즌 전체의 판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KIA는 올 시즌 총 11차례의 역전패를 당했다. 3월과 4월 각 4차례, 5월 들어 벌써 3차례다. 이 중 8경기는 불펜 난조가 겹쳐 패배한 경기였다.

시즌 초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의 이면에는 불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일부 불펜 자원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안정세에 접어드는 듯한 흐름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그런 기대가 아직 이르다는 점을 증명했다. 불펜이 흔들리는 순간 팀 전체가 붕괴되는 구조를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선발이 리드를 만들고, 타선이 점수를 뽑아도 마무리가 없다면 팀은 승리할 수 없다.

지금의 KIA는 이 명제를 올 시즌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7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7일 경기는, 단순한 경기 한 장면이 아닌 시스템적 경고음이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지난해 리그 최고의 불펜진을 앞세워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제구 불안과 불펜 운영이 정비되지 않는다면, 올해 호랑이 군단은 승부처에서 가장 약한 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