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새 광주·전남 지역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액은 광주 367건·97억, 전남 489건·103억이었다. 지난해에는 광주 436건·205억, 전남 491건·202억으로 집계됐다.

광주·전남에서 1년간 발생한 건수는 각각 18.8%, 0.4% 늘어났고 동기간 피해액은 광주 111.34%, 전남 96.11%으로 크게 증가했다. 발생 건수 증가세 대비 피해액 규모가 훨씬 큰 것은 범행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광주경찰청은 지난 2년간 피해 건수(803건)보다 많은 997건·1천41명을 검거했고, 이 중 65명을 구속했다. 같은 기간 전남경찰청은 피해 건수 980건 중 948건·1천40명을 붙잡았다. 구속된 피의자는 66명이다.

개인보다 조직 양상을 보이고 검거를 통한 추가 피해 예방에 중점을 두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특성을 고려하면 경찰의 이 같은 처리 현황은 준수해 보인다. 그럼에도 보이스피싱이 계속 기승을 부리는 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총책이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이날 광주경찰청이 공개한 ‘최신 범행수법 진행과정’을 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최초에 택배 기사라면서 피해자에게 ‘카드 발급’ 안내 명목으로 전화를 건다.

이 때 피해자가 “모르는 내용이다”, “발급한 적 없다”고 답하면 되려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 같다고 카드사 번호를 알려준다.

여기서부터 이들은 카드사→금융감독원→수사 기관(검찰청)→금융감독원 등 순서로 번갈아가며 전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강압적인 얘기와 사정이 딱하니 도와주겠다는 말을 적절히 섞어 피해자들이 돈을 건네도록 만든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전날 광주경찰에 피해 신고를 접수한 A(70대)씨도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10여 차례에 걸쳐 노후 자금, 은행 대출금 등 총 9억7천만원을 계좌이체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사건과 별도로 광주경찰은 지난 2월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에 속아 수억원을 수표로 바꿔 건네줬다는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각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고 있는 경찰은 이날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특별경보를 발령하며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모르는 번호로 온 택배·카드 발급 관련 전화에 대해 대응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URL 주소가 있는 문자가 오면 절대 클릭하지 말고 보이스피싱 피해가 의심될 땐 즉시 112에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거래 관계가 없던 이로부터 1천만원 이상의 자금이 입금될 때 송금 또는 출금을 지연시키거나 일시정지 등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양부남 의원 대표로 발의되긴 했으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