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3일부터 외국산 수입 자동차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수출 베스트셀러인 스포츠유틸리티(SUV) ‘스포티지’를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 광주공장이 관세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 등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면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5% 관세 부과 영향으로 기아차 광주공장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광주공장의 자동차 생산량은 내수 18만1천655대, 수출 33만2천117대 등 총 51만3천772대다. 광주공장 생산물량 중 수출 비율은 약 65%다. 미국 수출 물량은 18만여대(54%)로 광주지역 자동차 수출을 견인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수출된 차량은 스포티지 13만5천367대, 셀토스 9만7천11대, 쏘울 5만9천937대 순이다.

스포티지의 경우 미국 수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기아차의 베스트셀러이자 ‘북미권 수출 효자 상품’이다. 하지만 25% 관세 부과 시 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저하로 판매량 감소가 우려된다.

미국에서 2025 스포티지는 트림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다. 엔트리 모델인 스포티지 LX FWD의 현지 판매가는 2만7천190달러(약 3천751만원)로 25% 관세를 부과하면 937만7천500원이나 인상된다. 지난해 광주공장의 스포티지 수출 총량이 미국으로 판매됐다고 가정했을 때 1조2천694억404만2천500원이 관세로 부과된다.

이와 함께 관세 부과에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격적인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일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 미국에 171만대를 판매하며 국내(125만대)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171만대 중 100만대 가량을 한국에서 공급받았다는 점이다. 현재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는 K5, 스포티지, 쏘렌토, 텔루라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텔루라이드는 미국 전용 차량으로 조지아에서만 생산하는 모델이다.

결국 광주공장의 주력 차종인 스포티지와 물량이 겹치면서 조지아 공장의 생산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또한 향후 소비 둔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광주공장의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기아차 광주공장은 관세 부과 상황 변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는 기업이 아닌 국가 간 통상 문제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관세 부과 후 미국 내수 시장의 반응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그룹에서도 미국 무역 정책의 방향성과 지속성을 철저히 검토하는 등 향후 대응책을 준비하면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안태호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