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전남도민의 염원은 국립의대 설립에 있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 30년 동안 국립의대 설립을 줄곧 요구한 이유다.

최근 국회에서 지역 정치인·학계·향우 등 대규모 인원이 참석한 ‘범도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립의대 설립 추진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발표하며, 설립 의지를 대내에 천명했다.

전남은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두 지역 국립대 ‘목포대·순천대’의 통합을 이뤄냈다.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협의와, 뼈를 깎는 고통과 절박한 심정으로 이뤄낸 결과다. 지난해 11월 정부 요청에 따라 ‘통합대학교 국립의대’를 정부에 추천하고, 국회에도 적극 건의하는 등 설립 추진에 전력을 다했다. 이후 12월 목포대·순천대가 2026년 3월 통합의과대학 개교를 목표로, 교육부에 대학 통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정된 의과대학 개교를 위해선 최종 마감 시한인, 올해 4월까지 의과대학 정원 배정이 완료돼야 한다.

‘전남 국립의대 설립’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약속했다. 이제는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전남 도민에게 최소한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전남의 국립의대 설립이 절실한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

상급종합병원도 없어 지역 필수 의료 확충과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 지속된 의정갈등이 대통령 탄핵까지 겹쳐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의대 설립 문제는 의대 정원과 사실상 별개의 사안이라고 한다.

전남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는 1.75명으로, 전국 평균 2.13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부족해 병원을 옮겨가는 전원율도 9.7%로, 전국 평균인 4.7%보다 2배 이상 높다.

둘째, 타 시·도에 비해 지리적으로 섬(도서)과 오지가 많다.

당연히 의료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응급의료 발생 시 현저히 뒤처진 접근성 문제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2023년 말 기준), 전남의 섬(도서)은 2천165개로, 국내 전체 3천534개의 61.3%를 차지하고 있다. 유인도 274개(58%), 무인도 1891개(61%)를 점유하고 있다.

셋째, 열악한 산업현장과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사망률, 취약계층이 많다.

시·도별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인 조사망률이 가장 낮은 세종(4.3명), 경기(5.6명), 서울(5.7명)에 비해 전남(11.2명)은 가장 높다. 고령화율이 높고, 저소득층, 장애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많아 열악한 상황이다.

넷째,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 전남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인구 비중이 27.18%로 압도적 전국 1위다. 65세 이상 노인들 중 홀로 사는 노인 비율도 25.6%에 달한다. 65세 이상 인구는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48만 6231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남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남 국립의대 설립 약속을 공개하고 언론에 선포했다.

대통령의 약속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약속이다. 정부는 그 약속을 기필코 이행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등한시한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신뢰를 깨는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 1월 제18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신임 임원단 오찬 간담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또 “여러 분야에서 중앙과 지방이 더욱 견고히 협력해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전남 국립의대 설립이야말로, 정부와 전남이 더욱 견고히 상생 협력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