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풍경인데 차 안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느껴져 새로웠고 좋았습니다.”

지난 8일 오후 2시께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부터 금남공원까지 왕복 5차선 도로는 차량 대신 ‘보행자’들로 북적였다.

오월 광주의 역사가 깃든 금남로는 오는 12월까지 10월을 제외한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간 동안 ‘차 없는 거리’가 된다.

시행 첫날인 이날 차 없는 거리를 찾은 시민들은 슬로건 ‘걷자잉(ing)’처럼 도로 위를 ‘발’로 누비며 주말의 여유를 만끽했다.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거리 곳곳의 부스였는데, 플리마켓이 줄줄이 늘어선 ‘줄여잉’에선 탄소 저감의 중요성을 ‘무겁지 않게’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했다.

친환경 화장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아로마 플래닛’에서 한 어머니는 자녀들이 자신을 위해 향을 직접 고르고 향수를 제작하는 것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들어진 향수를 공병에 다 담은 후 어머니에게 바로 뿌려드리려던 아이들은 한 달은 지나야 한다는 공방 선생님의 말에 다소 침울해 했다.

그러다 향이 깊어지면서 처음에 골랐을 때와는 또다름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보겠다고 우렁차게 답해 보는 이들도 즐겁게 만들었다.

줄여잉 외 부스로는 지역 서점과 연계한 책방 부스 ‘쉬자잉’과 생활체육·어린이 놀이·버스킹 공간 등이 마련된 ‘놀자잉’, 금남공원 주변의 ‘찍어잉’ 등이 운영됐다.

특히 놀자잉에선 푸드트럭이 닭꼬치와 핫도그, 아이스크림 등의 먹거리를 판매해 놀다가(?) 지친 이들의 심신을 달래줬다.

문흥동 주민 김모(30대)씨는 “옷을 사러 충장로에 왔다가 근처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말에 와봤는데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며 “같은 풍경이지만 바퀴로 다닐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져 색달랐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보수 유튜버 안정권씨가 금남로공원 인근에서 동시간대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어 차 없는 거리를 즐기다가 불쾌함을 느꼈다는 이들도 다수였다.

동구 관계자는 “탄핵 반대 집회에 의해 차 없는 거리 구간 일부가 축소되긴 했다”며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인근에서 열겠다고 했는데 경찰의 적극 협조로 조율됐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차 없는 거리에는 2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초 차 없는 거리는 지난 2일 처음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우천으로 인해 연기됐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