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광주시의회가 중심상업지역 주거용 용적률 규제 완화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면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시의회는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심 내 주거 용적률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광주시는 ‘주거정책 역행, 시민 삶의 질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12일 제33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중심상업지역 내 주거용도(주거복합건물 주거용, 준주택, 생활숙박시설) 용적률 상향(400% 이하→ 540% 이하)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중심상업지역’은 상업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지역으로 주로 충장·금남로, 상무지구, 첨단지구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기존 400% 이하에서 540% 이하로 주거 용적률을 상향해 주거시설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조례의 골자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중심상업지역의 주거 용적률을 상향하면 주택 공급량이 100세대에서 130세대까지 늘어날 수 있어 도시 전체 주택 미분양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시민 생활의 필수적이고 핵심 기반시설인 학교·도로 부족으로 초등학생 근거리 통학이 곤란하고 교통 정체까지 야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유흥주점 등 위락시설과 모텔·호텔 등 숙박시설에 둘러쌓인 ‘나홀로 아파트’ 주거시설을 양산해 주거 환경 악화에 따른 입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간공원특례사업, 복합쇼핑몰,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주거 문제가 공급 과잉 상태에서 수요가 줄어든 만큼 중장기 계획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어 현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주시는 상업지역 주상복합시설의 비주거 의무 비율을 15%에서 10%로 완화하는 등 상가 공실률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업지역이나 주상복합지역에 주거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기정 시장은 “중심상업지역 주거 용적률 상향은 안된다”며 “행정에서 수차례 검토했으나 시민 삶의 질 향상을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례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시의회는 침체된 도심과 건설 경기를 회복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도심 내 주거 용적률을 완화하면 건설 수요가 늘어 고용과 소비가 증대되는 효과가 예상되고 도심에 거주 인구가 증가하면 상업·문화·의료시설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강화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도심 공동화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집행부의 미분양 증가 지적에 대해 도심 내 주거 수요는 지역 전체 통계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반박했다. 주택 보급률이라는 거시적 지표 만으로 도심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와 수요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외곽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달리 도심의 주거복합시설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은 별도 시장 논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반적 미분양 추세와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중심상업지역에서 상업·업무 기능이 제자리를 찾고 발전하기 위해 거주 인구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이번 조례 개정은 경직된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미래를 대비하는 유연한 공간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시의회의 입장이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심철의 의원은 “침체된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주거·상업·업무 기능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조례 개정에 대한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후속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광주시 도심 경쟁력 강화와 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