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를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찾아내 그림으로 풀어낸 책이 발간됐다.

사계절출판사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협업으로 출간된 논픽션 시리즈 ‘민주인권그림책’ 일환인 장재은 작가의 ‘타오 씨 이야기’다.

이 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년 동안 진행한 ‘민주인권그림책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그림책으로 다뤄 온 권윤덕 작가가 프로젝트 총감독을 맡았다. 권 작가를 필두로 그림책 연구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은 창작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여러 차례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그림책을 만들어 갔다.

장재은 작가는 대구 성서공단을 직접 취재하며 일터의 풍경을 낱낱이 그렸다. 복잡한 기계와 날카로운 부품 조각이 널브러진 공장 내부, 미등록 외국인 단속 기간의 한산한 시장. 생생한 묘사와 더불어 칸의 흐름을 예민하게 연출해 인물의 생활 감정을 담았다.

오늘도 자동차부품 공장으로 출근하는 타오 씨, 사장과 동료들과 밝게 인사하며 아침을 맞지만 이내 긴장하고 바삐 움직여야 한다. 어둡고 위험한 공장 안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금세 다치거나 실수를 하고, 그럼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회색 벽 푸른 지붕, 회색 공장 푸른 작업복. 타오 씨의 일터는 남루하고 차가운 색으로 가득하다. 일도 일이지만 밥을 먹을 때면 유독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음식도 환경도 언어도 날씨마저도 낯선 한국에서 타오 씨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와 고국의 가족들이 기꺼이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사계절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이 책에 나오는 타오 씨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이들의 한국 생활이 타오 씨의 하루 속에 여실히 담긴다”며 “그림책의 높은 예술성과 전달력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미래 세대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발간했다”고 밝혔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