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사다난했던 갑진년(甲辰年)도 가고 을사년(乙巳年)에 들어 선지도 보름이 지나갔다. 평소 같으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일 년에 대한 계획을 세워 보기도 하고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미담(美談)을 나누기도 할 터인데 지금은 도저히 그러할 분위기가 아니다.

TV만 켜면 윤석열 체포를 둘러싸고 한남동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찬반집회 모습과 체포를 막기 위해 대통령 관저를 요새화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니 나라망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명색이 일국의 검찰총장을 지낸 대통령이란 사람이 국가 수사기관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죄 없는 경호원들을 방패삼아 은신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엾기 그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시선이 윤석열의 체포와 사법처리에 모아지고 있는 동안에 나라가 망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경제적으로 OECD회원국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정치적으로도 ‘민주주의 선진국가’임을 자처해 온 나라에서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탄핵되고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경제부총리마저 고발당해 있는가하면 거의 모든 장관들이 줄줄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으니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신인도가 떨어져 가고, 환율은 치솟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그 앞날이 밝지 않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모든 경제의 심장과도 같다는 건설경기가 위축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마저 하락세를 보인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채소 값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은 오르지 않는 것이 없어서 웬만한 중산층도 지갑을 닫는다고 한다. 특단의 상황반전이 있지 않다면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적 파국을 맞았던 남아메리카의 재판(再版)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어찌 필자만의 생각이겠는가.

이제는 달라져야 하며 거기에는 여야 누구든 예외일 수 없다. 자기가 임명한 공수처장의 입에서 ‘내란의 우두머리’로 낙인 찍혔고, 수사기관에 의해 ‘위리안치(圍籬安置)’된 윤석열에게 더 이상 매달리지 말자. 탄핵은 헌법재판소에, 수사는 수사기관에 맡기고 정치는 민생(民生)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여야가 나라의 미래, 특히 경제(經濟) 살리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12·3불법계엄’이 한 달여를 넘기면서 변화하고 있는 국민여론도 이제는 여야가 윤석열을 넘어 ‘나라 살리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수치에서도 이러한 국민의 여망이 잘 나타나고 있다. 12·3 내란에 따른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12월 3주째에 더불어 민주당 48%, 국민의 힘 24%로 정확히 더블스코어를 보였던 양당 간의 지지율 격차가 금년 1월 2주째에는 더불어민주당 36%, 국민의 힘 34%로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 국민들이 최근 정국(政局)과 경제적 어려움의 책임을 행정부와 집권여당만이 아닌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도 묻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 민주당은 보다 겸손해져야 하고, 당리당략 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선민후당(先民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