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자체가 어떻게 하면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지자체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기업유치와 산업발전 방안을 찾고 있다. 지자체장이 해법을 찾는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도권에 인력, 자본, 기업이 몰려있어 지역에서 그 방법을 찾기 어렵다. ‘백약 처방이 무효’인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지역 활성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지역은 지역민의 삶의 터전이고, 명백히 대한민국 일부이다. 지역발전 없이 모두가 잘사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지역균형발전은 국가 차원의 과제이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괜찮다. 지역 활성화의 대표 사례가 미국의 실리콘 밸리이다. 미국이라는 특수 상황이 작용했지만, 실리콘 밸리의 성공은 지역 활성화의 길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리콘 밸리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이다. 우리나라 경기도 정도의 크기이다. 미국의 첨단산업, 특히 IT와 반도체 기반의 연구소와 기업이 몰려있다. 경제와 산업 규모가 웬만한 국가보다 크다. 실리콘 밸리의 GDP는 2023년 기준으로 약 4천억 달러로 덴마크나 말레이시아 정도의 규모이다. 실리콘 밸리의 효과에 힘입어 캘리포니아주는 GDP 규모에서 2018년에 영국을 추월했다.

실리콘 밸리가 처음부터 자본과 인력이 몰려드는 벤처 창업의 성지가 된 것은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무기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이 이곳에 모여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방위산업이 중심이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과감한 세제 혜택 등 지원이 뒤따랐다. 이에 힘입어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개발과 창업이 이어졌다.

실리콘 밸리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지리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스탠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협력체계이다. 실리콘 밸리 주변의 버클리 대학, 남가주 대학 등이 기업과 협력해 연구와 기술개발, 그리고 우수한 인력을 제공했다.

실리콘 밸리 인근 대학은 실무중심의 교육과정을 중시하고, 실패에 관대하며, 기업가 정신을 높게 평가한다. 학생들은 창업을 당연한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개방적인 문화와 유연한 사고를 하는 벤처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리콘 밸리의 창의력을 더욱 높였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벤처 창업이 이어지면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벤처 캐피털 기업의 투자가 집중됐다. 벤처기업의 성공 요건인 자본 조달이 쉬워지면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발전해 성공을 거두는 창업생태계가 형성됐다. 최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은 스타트업이 실리콘 밸리로 오면 성공확률이 277% 상승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역에서 동원 가능한 유무형의 자원을 가장 많이 가진 대학과 함께 해야 한다. 대학은 연구력과 기술력, 인력 등 산업 활성화 자원이 몰려있는 저수지와 같은 곳이다. 그래서 지자체는 보더 더 진지하게 지역 산업발전을 위해 대학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역 대학도 지역과 함께 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대학의 미래를 보장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학의 교과과정을 지역 실정에 맞게 실무적으로 재편하고, 창업을 활성화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도전정신,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젊은 학생들이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