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같은 계엄사태로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 양측은 자기 진영에 유리한 논리만 앞세우며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솔로몬의 재판에는 친모가 있어서 아기를 살릴 수 있었는데, 지금의 여당과 야당의 싸움을 보면 어느 쪽도 친모가 아닌 것 같다. 탄핵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양비론으로 치부하며, 그래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몰아붙일 것이다. 모두에게 바라는 것은 죽음에 직면한 아기에 대한 연민의 정부터 갖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막강한 힘으로 다른 쪽을 제압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여 아이를 살려내길 바란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 정당과 국민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길 간절히 소망하며 내 생각을 나눈다.

대화의 출발점은 여당이나 야당, 그리고 한쪽을 지지하며 투쟁하고 있는 국민 모두 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서로 상대를 파멸시키려 할 것이고, 그 결과는 공멸이 될 수도 있다.

이번 계엄사태와 관련해 나도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지지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답답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일부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그들을 비이성적인, 혹은 문해력이 낮은 집단이나 개인으로 치부하는 것은 갈등을 줄이는 데에, 그리고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생각 구조와 논리, 그리고 그들이 우려하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하며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가 더 필요하다.

정치 집단이 서로 싸우며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야당이 여당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며 국정운영에 실패하도록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행태이다.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하에서 이러한 행태는 반복됐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현 정권이 실패해야만 자신들의 차기 집권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기에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권이든 국정운영을 제대로 해줘야 국가의 미래가 밝아지고,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 극한 싸움으로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정당이 아니라,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당이 차기에 집권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국민이 해야 할 역할이다.

국민은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면서도 정치 집단의 싸움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바른 판단을 하며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말한 ‘중립적 제3자’로 거듭나는 방법이다. 우리 사회의 중립적 제3자는 양쪽으로부터 매도당하기 때문에 설 자리가 없어서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결국 어느 한쪽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의 양대 정당은 지역, 세대, 성 간의 갈등을 비롯한 각종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는 손쉬운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분열시켜 놓아야 제3당이 훌륭한 후보를 내더라도 그를 찍지 않고 양당의 하나를 찍게 된다. 싫어하는 쪽이 당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지하는 정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도록 하기 위해, 지지하는 정당이 내세운 후보가 설령 무능하고 문제가 많더라도 찍게 될 것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당 내에서의 권력 암투가 정당 간의 싸움보다 더 비열하고 잔인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정치권의 편 가르기에 놀아나지 않는 깨어있는 국민이 늘어날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지금은 국가를 구할 영웅을 기다릴 때가 아니다. 우리 각자가 열린 마음을 가진 지도자로, 그리고 시대의 영웅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나와 내 집단은 바르게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집단은 이데올로기와 사리사욕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모두가 영웅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출발점임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