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30일 “지난 2021년 태안 양잠리 갯벌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왕실 마루장식기와(취두)를 활용해 어린이 그림책 ‘지붕에 올라간 용, 취두’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마루장식기와는 목조건축의 지붕마루에 사용돼 건물을 수호하거나 권위와 미관을 돋보이게 하는 특수기와이며, 취두(鷲頭)는 마루장식기와의 일종으로, 궁궐 등 왕실 관련 건축물 용마루 양쪽 끝에 설치하는 대형 장식기와다.

최근 유아 그림책에 대한 수요와 해외 아동문학상 수상 사례가 증가하는 등 ‘K-그림책’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어린이들이 해양유산을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그림책을 제작하게 됐다.

‘지붕에 올라간 용, 취두’는 서해중부해역의 주요 항로였던 태안 앞바다 갯벌에 묻혀있던 취두가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역할과 쓰임을 찾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그림책의 부록에는 정보 무늬(QR코드)를 통해 마루장식기와의 용도와 쓰임, 양잠리 갯벌 발굴조사 현장과 취두의 출토 모습 등의 세부적인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태안 양잠리 조간대에서는 2019년 유물발견신고로 취두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이후, 2021-2022년 진행된 발굴조사를 통해 취두 상·하단 2세트, 검파, 장수상 등 마루장식기와 9점 등이 출토됐다.

특히 궁궐이나 사찰 등 위계가 높은 중요 건축물의 지붕 장식을 위해 제작된 취두가 완전한 형태로 확인됐으며, 조선 전기 취두와 잡상 제작 및 공급을 담당하던 와서(瓦署, 서울 용산구 소재 추정)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취두가 서해중부해역의 해양교통로에서 확인된 점 등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조간대(潮間帶)는 해안에서 밀물 때 해면과 육지의 경계선인 ‘만조선’과 썰물 때 해면과 육지의 경계선인 ‘간조선’ 사이의 부분이며, 검파(劍把)는 취두 상단에 꽂는 칼자루 모양의 토제 장식품이다.

장수상은 목조건축의 내림마루나 추녀마루에 배치하는 잡상(雜像) 중에 하나로, 장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번 그림책 제작에는 ‘비를 처음 맞는 애벌레와 비를 딱 한번 맞아본 무당벌레’로 2021년 이탈리아의 볼로냐 라가치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돼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한 조슬기 작가(그림)와 아동 그림책 전문 ‘향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향수 작가(글)가 함께 했다.

볼로냐 라가치상은 1996년부터 매년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개최되는 ‘볼로냐 라가치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창작성, 교육성, 예술성을 기준으로 작품성이 뛰어난 그림책을 선정해 수여한다.

이번에 발간된 그림책은 국공립 도서관 및 박물관, 교육기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며,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누리집에도 공개돼 있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앞으로도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의 눈높이에 맞춰 연구 성과를 폭넓게 공유해 국민들의 해양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해양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목포=정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