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거대 양당이 각자 자존심을 지키는 결과를 내었다는 평이 일단은 지배적이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안도하고 기뻐한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그러나 당 소속 선출직 의원으로서 선거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이나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은 소란하다. 정말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승리를 자축할 수 있을까.

민주당 소속 광주 지방의원들은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될 무렵부터 영광선거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의회를 떠나 영광을 향했던 지방의원들과 그들을 동원한 당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영광 지원 유세를 마치고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의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고,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구정 질의를 신청했던 의원이 물리적으로 부족해진 시간에 쫓겨 질의 신청을 철회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런 장면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선거를 반드시 이기려는 민주당의 마음에 편히 동의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당의 동원령에 앞서 일부 광주지역 지방의원들이 선거 지원을 자원했었다. 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애당심이 그 저변에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영광선거가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이 나라의 중앙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타 당은 이미 수 주 전부터 영광에 상주하며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데에 따른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의회의 회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지방의원들의 자원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민주당은 각 의회의 회기를 준비하거나 시작되는 기간에 이르러서야 동원령을 내렸다.

또 그 무렵이 돼서야 의원별로 할당량을 정해 영광의 연고자를 찾도록 했다. 흘러가 버린 시간이 안타까웠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 뿐만 아니다. 지역의 재선 국회의원은 선거 지원 기간에 골프 라운딩에 나서 윤리심판원에 회부됐다. 평소 철저한 품성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그였고,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그였기에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가 골프에 나섰던 날마다 지방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영광지역 시장과 터미널을 누비며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군민들의 마음을 위로했고, 시골 마을의 밭을 찾아 농사일하는 군민들의 손을 붙잡고 사정했다. 또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광의 곳곳의 가게를 찾아 민주당의 지지를 호소했었다. 골프장에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민주당은 매일 의원별 유세지역을 지정하고, 당직자들은 그 지정 장소를 순회하며 활동 사항을 점검했다. 그 점검 결과가 매일 당에 보고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이라면 의원들의 지원을 당의 동원으로 만드는 조치였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진보당은 당원들의 자발적인 헌신으로, 조국혁신당은 지도부의 활약으로 영광선거에서 선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격차를 벌려 승리했다며 자축할 수 있을까.

새벽녘 선거 결과를 확인한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 안도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선거에 이겨 기쁘다는 민주당의 마음에 기꺼이 동의할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상황에 어떤 마음이어야 할지 한 번 더 돌아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