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회 공동체, 광주다움을 회복하는 일에 힘써야 / 홍인화
2024. 06. 27(목) 19:22 가+가-

홍인화 前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The1904 대표

광주 선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1904년 이후 광주에선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 그리고 ‘광주 사랑’을 실천하고 살다간 이들이 적잖다. 유진벨, 헌트리 선교사,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최흥종, 강순명, 오긍선, 이준묵, 이현필, 남궁혁, 김함라, 김마리아, 김필례, 박순이, 조아라 등의 인사가 그들이다. 어떻게 해야 그들의 유업을 기릴 수 있을까.

1904년을 기점으로 광주에 기독교의 복음(진리의 빛)이 전파됐다. 선교사들은 근대 학교와 근대 병원을 세워 광주에 근대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양림동의 오웬기념각이 빛고을 광주 근대 문화의 산 현장이다. 호남의병, 항일독립운동(3·1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3·15의거, 5·18, 6월항쟁)으로 광주는 의로움을 구현했다. 그리고 향후 북한의 빗장을 열어 대한민국의 통일을 이루는 주춧돌이자, 발원지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6월26일은 빛고을 광주에서는 특별한 날이다. 광주에서 사랑을 실천한 이들이 공교롭게 이날 별세했기 때문이다. 서서평(엘리제 셰핑·1880-1834)과 허철선(찰스 헌틀리·1936-2017) 선교사가 그들이다. 각각 90주기, 7주기다. 광주를 방문했던 김구 선생(1876-1949)까지도 6월26일 세상을 하직했다. 그래서 필자는 6월26일을 뜻깊게 기억한다. ‘빛고을 광주’는 위대한 사상가 다석 류영모가 별칭으로 붙였다. 그는 광주에서 맨발의 성자 ‘이현필’을 보았다.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환대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광주의 신성에 깊이 감동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영성의 도시’라는 뜻의 ‘빛고을’이라는 이름을 생각해낸 것이다.

6월26일에 세상을 떠난 첫 번째 인물 서서평 선교사는 54세의 젊은 나이에 영양실조로 삶을 마감한다. 시신마저도 의학용으로 기증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떠난 서서평. 그녀의 침대 맡에 붙어있었던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Not success but service)” 1934년 7월7일 광주 최초의 시민사회장으로 진행된 그의 장례식에 1천 여 명이 장례행렬에 나서며 ‘어머니 어머니!’라고 목 놓아 통곡했다. 남자가 아닌 여자로, 의사가 아닌 간호사로, 목사가 아닌 평신도로,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했다. 또 서서평과 오누이로 지내며 서로 돕고 살았던 최흥종 목사도 더할 나위없는 족적을 광주 근대화의 과정에서 남긴다. 광주에 왔던 김구선생은 최흥종 목사에게 ‘화광동진’(和光同塵·성자의 본색을 감추고 중생과 함께 함)의 휘호를 건넸다. 그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였는지를 간파했던 것이다.

허철선 선교사는 기독병원 목사다. 5·18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 현장의 증인으로 미국과 독일에 알렸다. ‘택시운전기사’의 주인공 ‘힌츠페터’를 비롯해 외신 기자들과 현장을 취재했으며, 그들을 자신의 집에 머무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또 무장 군인들에게 쫓기는 광주의 젊은이들을 사택에 숨겨 주었다. 5·18가족을 남모르게 도와주기도 했다. 5·18 피해자의 X-ray를 찍어 두어 몸에 박힌 총알 파편의 증거를 남겨두었다.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5·18기념식에서 부인 허마르다는 ‘광주에 잠든 헌트리에게’라는 편지글을 낭독해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 땅 광주에서 광주를 사랑하고 조선을 사랑하며 이타적으로 살아간 사람들이다.

바로 엊그제 ‘서서평·허철선의날’에 제일교회 권대현목사가 메시지를 남겼다. 역사는 재현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거였다. “기억한다는, 영어로 하면, remember입니다. 성경에서는 성만찬 때 사용하며 ‘나를 기념하라’, ‘나를 기억하라’라는 뜻입니다. 원어적 의미는 ‘몸으로 체화한다’는 것이며 너희의 삶으로 ‘재현하라’는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로 재현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광주의 교회 공동체는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헌신적이었다. 다시말해 광주다움과 광주정신의 실행에 앞장섰었다. 그랬던 기독교가 최근들어 신뢰도를 많이 잃고 있다. ‘당신들이나 잘 하시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광주 선교 120주년을 맞이해 총체적 도시변혁을 위한 새로운 선교를 일궈내야 한다. 1천700여개 광주교회는 자기 성찰과 갱신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회사회는 물론 우리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광주 교회 공동체가 예전의 전통과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만 광주다움이 새롭게 꽃피워질 수 있다. 광주다움을 새롭게 회복하는 일이 향후 광주교회 공동체가 수행해야 할 시대적 미션이다. 그것을 결코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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