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고부 열전 / 시 - 최인순
2024. 06. 24(월) 20:09 가+가-
고뫼 마을 경로당에 자칭 타짜 모였다
바닥에 엎디어진 패 하나씩 까뒤집어
차례 먼저 정하고 오늘은 홍단이든 청단이든
기언치 해 볼 요량으로 각오가 비장하다

마치 한 살림 거덜 낼 노름꾼처럼

아침까지 아프던 폴뚝은 가벼이 개안허고
복대 찬 허리는 암시랑토 안해 끌러불고
구리 동전 하나에 고기압과 저기압이 있을 뿐
주름 눈은 반짝, 귀는 쫑긋 집중력 최고 수준이다

분별없는 휴대전화는 뽕짝 뽕짝 신이 나고

여보세요? 오냐 미너리냐
내가 시방 기분이 쪼까 별로다
초약을 했는디도 삼십 원이나 퍼부렀어야
항시 따기만 했는디 오늘은 운에 옴이 붙었능가

응원이란 것이 이때 꼭 필요허제이

책상 서랍 뒤적거려 손 큰 팔순 어무니
주먹만 한 철제 저금통 집어 들고 고산을 향해
바람을 등지고 가속 페달을 냅다 밟았다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잘가당잘가당 요란하다

깜짝 선물로 구리구리 떼 구리 짜잔!

워따 및 년이나 채왔다냐 묵대대헌 것이
솔찬하것는디? 어디 한나 두울 시잇 니잇
삼백 한나 삼백 두울 삼백싯, 삼백 시 개네
아-나 통은 갖고 가그라이 또 모타야제

서랍지기 천덕구니 환대 받는 날이렷다

흐뭇한 빈 통에 새 동전 하나 둔탁하니 담고
수상해 열어 보니 푸른 지폐 가부좌로 꼭꼭 숨었다

아이고 어머니 삼천 원 드리고 만원이라니요
세상에 이런 고약한 장사가 어딨답니까
아따 우쭈고 알았냐 숭게 놨는디
씨돈이여 씨돈 또 모타 오니라 와.

<최인순 약력>
▲ 동산문학주간, 한국문인협회, 광주문인협회 이사
▲ 광주시인협회, 광주영상미디어클럽 이사
▲ 저서 : ‘채석강에서’, ‘육아일기’, ‘방송된 나의 글 모음’
▲ 빛고을전국시낭송대회 대상, 안양문학글판창작시공모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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