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15)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이산아씨
“세계적 오페라 가수 꿈 이뤄 음악봉사 나서겠다”
해남 출신 전남예술고 거쳐 한예종 성악전공 첫 입학
열악한 환경 딛고 세종음악콩쿠르 등 각종 대회 입상
인터넷 독학…道 지원받아 6시간 상경·1시간 레슨
“내 꿈 이루기 위해 악한 일 하지 말아야” 다짐·당부
2021. 08. 18(수) 20:38 가+가-

해남 출신 ‘바리톤’ 이산아씨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음악원 연습실에서 성악 콩쿨을 참여하기 위해 피아노 선율에 맞춰 연습하고 있다. 이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전남예술고 출신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 전공 첫 합격의 역사를 쓰는 등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성장하고 있다. /이산아씨 제공

유례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길이 꽉 막혔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계획을 세우고 짐을 챙길 때가 더 행복할 때가 있다. 세계적인 성악가 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역시 그랬다. 생전에 파바로티는 늘 여행을 떠날 때 10개 이상의 가방을 챙겨 다녔다고 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또 지켜내기 위한 준비성이 가방의 갯수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여행을 못 떠나는 코로나 현 시국에도 눈앞에 뻥 뚫린 시원한 바다가 떠올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 파바로티처럼 가방을 꾸리는 해남 출신의 청년 성악가가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예술사 과정) 4학년에 재학 중인 성악전공(남자 파트 중 중간 음역대 ‘바리톤’) 이산아(24)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씨는 전남예술고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전공 첫 입학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전남예술고 재학 시절 호남예술제 대상, 세종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1위를 거머쥐었다.

이 같은 수상 비결을 “가장 잘하는 곡을 많이 부르는 것”이라며 “오디션이나 중요한 자리에서는 좋아하는 곡도 좋지만 가장 잘하는 ‘18번’ 곡을 부르는 게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에는 전남도 으뜸인재 예체능리더(음악분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씨는 전남도에서 지원받은 재능계발비를 개인레슨, 낡은 턱시도 교체, 각종 대회 참가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또한 성악에 필수인 영어, 이태리어, 독일어 공부에도 투자했다.

이씨는 “으뜸인재 선정으로 인해 조금 더 여유 있게, 더 좋은 환경에서 수업과 레슨, 연습을 할 수 있어 너무나도 감사드린다”며 “으뜸인재에 선정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고 저처럼 부족한 사람이 선정됐다는 것에 기쁘며 또 한편으론 죄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로 인해 전남도 인재육성 사업이 많이 알려져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정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전했다.

이씨가 처음 노래를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아픈 동생 때문이었다. 동생은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선천성 질병을 앓고 있었다. 그가 중학교 3학년 무렵 부른 ‘눈의 꽃’이라는 노래에 의식이 없던 동생이 눈을 깜빡거리며 반응을 한 것이다.

이후 이씨는 동생을 위해 노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성악의 꿈을 키우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전남예술고에 진학했다. 뒤늦게 성악을 시작했지만 가족들이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는 어려운 형편이기에 개인지도 등을 받지 못하고 혼자 독학해야만 했다. 인터넷으로 세계적인 바리톤과 국내 성악가들의 영상을 돌려보는 게 그의 유일한 연습 방법이었다.

그런 와중에 부모님을 돕기 위해 아픈 동생의 재활치료까지 도맡았다.

행운과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동생 일 때문에 집에 찾아온 초록우산어린이집재단 관계자들과 마주한 게 시작이었다.

지난해 전남도 으뜸인재 예체능리더(음악분야)로 선정된 이산아씨가 턱시도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들이 이씨의 노래 재능을 눈여겨 봄으로써 지원을 받고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씨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당시, 매주 토요일 첫 차를 타고 6시간을 달려 서울로 향했다. 그는 비록 순식간에 끝나는 1시간 짜리 레슨이지만 지도를 받게 된 게 동생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느끼면서 재활치료를 돕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가 서울에서 레슨을 받은 이유는 미세한 차이지만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레슨을 받아 성악을 더 잘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남지역에는 입시 뿐만 아니라 노래 등 문화적으로 부족한 게 많은 현실이다. 이씨는 전남지역이 문화적으로 발전돼 좋은 지도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간직하고 있다.

이씨에게 성악은 인생의 발판과도 같다. 그는 성악과 다른 노래를 통해 ‘이산아’라는 이름 세 글자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

이씨는 “어떤 성악가가 되고 싶지는 않고, ‘이산아’이고 싶다”면서 “제2의 누구, 리틀 누구보다는 그냥 제1의 이산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1순위 가치관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사랑’이다. 이씨는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씨는 “사랑하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은 곳을 간다면, 혼을 내서라도 바로 잡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며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씨는 현재 집 근처 작은 연습실에서 독학으로 학교 과제와 함께 다양한 실기곡들을 찾아가며 꿈을 키우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최종 꿈은 분명하다.

이씨는 “제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장 바로 앞에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생활하려고 한다”며 “우선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부에 매진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고향 해남과 전남에서 음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으로 음악을 알려주고 싶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씨는 동생이 의식을 찾고 박수쳐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해 성악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기훈·김주택과 같은 국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돼 지역에서 베풀어준 사랑을 잊지 않고 후배들을 위해, 또 봉사를 하기 위해 자신만의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인터뷰 말미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악한 일은 하지 말 것”이라고 스스로 약속하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임후성 기자
임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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