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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故 임은택씨 아내 최정희씨 40년만에 눈물의 편지
“당신을 찾아 헤맨지 열흘 만에 암매장 시신으로 만나”
“다시 만나는 날 늙었다고 모른다 하지말고
삼남매 잘 키웠다, 고생 많았다, 칭찬해주오”

2020. 05.18. 18:41:45

유족 손잡고 위로
18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임은택 씨의 배우자인 최정희 씨가 유족 편지 낭독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손을 잡아주고 있다./광주전남사진기자회
“밥이 식을 때까지 오지 않은 당신을 열흘 만에 교도소에서 시신으로 만났지요. 이 억울한 마음을 세상천지에 누가 또 알까요.”

18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 5·18 당시 남편 임은택(사망 당시 36세)씨를 암매장 시신으로 찾았던 아내 최정희(73)씨가 심경을 편지로 전했다. 소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최씨는 담담한 어조로 남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담양에 살았던 최씨는 1980년 5월21일 남편이 수금하러 광주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서던 순간을 생생히 떠올렸다.

저녁밥을 짓던 참에 나간 남편은 밥이 다 되고 그 밥이 식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을 찾아 사방을 헤매다 총구멍이 난 남편의 옷과 신발을 찾았을 때만 해도 시신이 없으니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그해 5월31일 광주교도소 부근 암매장 시신 발굴 현장에서 남편의 주검을 마주했다.

최씨는 이날 편지에서 “보고 싶은 당신, 젊어서는 삼남매 키우며 먹고살기 너무 팍팍해 맥없이 가버린 당신이 원망스러웠는데 이제는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당신이 불쌍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떠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 일이 생생하다”며 “소 장사를 하던 당신이 광주에 수금을 하러 간다기에 저녁밥을 안치고 있던 참이었는데 밥도 안 먹고 나갔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그렇게 당신은 밥이 다 되고, 그 밥이 식을 때까지 오지 않았다”며 “안 가본데 없이 당신을 찾아 헤맨 지 열흘 만에 교도소에서 시신이 된 당신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그날부터 당신의 일, 광주의 일을 알리고 다녔다. 그래야 우리 아들, 딸, 손자들이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만나는 날 너무 늙었다고 모른다 하지 말고 삼남매 반듯하게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 참 잘했다 칭찬 한마디 해 주세요. 보고 싶은 당신, 우리 만나는 날까지 부디 안녕히 계세요”라며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최씨와 비슷한 사연을 안고 기념식장에 앉아 있던 상복 차림의 오월 어머니들은 최씨의 편지 낭독을 듣는 내내 말없이 눈물지었다.

홀로 3남매를 건사하며 참는 게 익숙해진 듯한 일흔셋 여인은 붉어진 눈시울에서 곧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참고 또 참으며 사부곡을 끝까지 읽었지만 결국 자리에 돌아가 눈물을 훔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힘겹게 낭독을 마친 최씨와 악수를 하며 위로했으며, 문 대통령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5·18 당시 행방불명자로 신고된 사람은 모두 242명으로, 광주시가 인정한 행방불명자는 82명이다. 82명 중 6명은 2001년 광주 망월동 5·18 옛 묘역의 무명열사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밝혀졌으나, 나머지 76명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최명진 기자

광주매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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